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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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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2,274회 작성일 13-09-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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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가을 풍경입니다. ^_^

 

 

 

가을 사랑...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는데 코피가 났습니다.

 

어렸을 때 앞집 개똥이에게 주먹으로 코를 한 대 맞은 이후에, 그리고 젊어서 심하게 공부할 때 외에는 좀처럼 흘리지 않던 코피인데 쉰이 넘은 이 나이에 코피가 났습니다.

 

어젯밤 무리를 했냐구요? 아닙니다.

요즘 생활의 리듬을 바꾼다고 낑낑대다보니 몸이 조금 피곤했나 봅니다.

 

10년이 넘도록 늦게 잠드는 버릇을 갖고 있는 저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쉽게 잠이 들지 못합니다. 어젯밤에도 아내는 제 옆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는데 마당에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깨지 않도록 이어폰을 귀에 꼽고 노래를 들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 잠이 들 것 같았습니다. 이어폰에서 신계행님의 가을 사랑이 흘러나왔습니다. 목소리에도 가을 냄새가 나는 노래입니다.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단풍 일면 그대 오고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낙엽 지면 그대 가네
그대 사랑 가을 사랑 파란 하늘 그대 얼굴
그대 사랑 가을 사랑 새벽 안개 그대 마음
가~을 가~을 오면 가지 말아라.

 

누워서 생각했습니다. 가을이 오면 가지 말라니. 그러면 겨울은 어쩌라고. 잠은 안 오고.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가사에도 혼자 따꿍따꿍 대꾸를 하였습니다. 어쩌자고 저는 이 가을에 생활의 리듬을 바꿔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을을 타는 남자인데.
그렇지 않아도 가을이 되면 숙연해지는 저인데.

 

가을은 저에게 그런 계절인 모양입니다. 한낮에는 의젓하고 당당한 사람 행세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도, 마당가에서 우는 풀벌레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연약한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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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좋은 점 하나가 있습니다. 하루해가 무척 길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그렇습니다. 아침운동을 하고 출근을 해서 회사 일을 보고, 어느 기업의 사보에 실을 원고를 써주고 났는데도 점심시간이 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습니다.

 

오후에는 이번 주 신문에 실을 발행인 칼럼을 쓰고 나서 김해에 다녀와야 합니다. 오늘이 어머님 제사이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지요. 오전에 일찍 가려했는데 둘째 형을 모시고 가려다보니 출발 시간을 오후로 미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가에 있는 대추나무에 올랐습니다. 어머님 제사상에 올릴 대추를 따기 위해섭니다. 종자가 제법 좋아서 대추알이 밤톨만하게 열리는 대추나무입니다. 대추나무 뿌리가 자꾸 잔디밭을 파고 올라와서 몇 번이나 잘라버릴까? 고민하다가 종자가 워낙 좋아서 지금껏 살려둔 나무입니다. 

 

대추는 어머님 상에 올릴 것만 조금 따고 나머지는 이웃들이 조금씩 따서 가져갈 수 있도록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웃들이 알맹이 굵은 우리 집 대추를 무척이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나눠 먹어야 복 짓는 일이지요.

 

 

  

 

 

 

 

 

 

 

 

 

 

 

 

 

 

 

  

어제는 사업하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그 친구가 갑자기 뚱딴지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게 뭘까?” 그 질문에 “뭐긴 뭐야 임마...” 하며 쉽게 대답하려다가 뭔가 의미 있는 질문 같아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산다는 게 뭘까.

 

잡힐 듯 하면서도 참으로 막막한 물음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알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생자필멸, 회자정리이지요. 우리는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죽는다는 사실 앞에서는 늘 아쉽고 서운해 합니다.

 

내 차례는 언제일까? 내가 죽음을 맞이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때 내 옆에는 누가 있을까? 누가 많이 아파할까? 떠나는 그 순간에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조금만 더’하고 삶의 끝을 부여잡고 매달릴까? ‘이제 됐다’하며 편한 마음으로 떠나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 오늘 이 순간순간들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삶을 진지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오늘 제가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계절은 작게 보면 시간의 매듭입니다. 크게는 삶의 과정과 같습니다. 계절은 삶의 과정을 보다 충실하게 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시간에 매듭이 있는 까닭은 우리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하면서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1년의 세 번째 매듭인 가을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귀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가을, 우리가 더 열심히, 더 진지하게, 더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 까닭입니다.

 

이제 3개월이 지나면 연말이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누구나 “올해 내가 뭐했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올해의 삶이 오늘 제가 딴 대추열매처럼 토실토실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우리가 더 열심히 분발해야 하겠습니다.

 

저도 그리 하겠습니다.

고운 하루되십시오.
사랑합니다.

 

동부매일 대표
박 완 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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