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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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가을 풍경입니다. ^_^
가을 사랑...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는데 코피가 났습니다.
어렸을 때 앞집 개똥이에게 주먹으로 코를 한 대 맞은 이후에, 그리고 젊어서 심하게 공부할 때 외에는 좀처럼 흘리지 않던 코피인데 쉰이 넘은 이 나이에 코피가 났습니다.
어젯밤 무리를 했냐구요? 아닙니다. 요즘 생활의 리듬을 바꾼다고 낑낑대다보니 몸이 조금 피곤했나 봅니다.
10년이 넘도록 늦게 잠드는 버릇을 갖고 있는 저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쉽게 잠이 들지 못합니다. 어젯밤에도 아내는 제 옆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는데 마당에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깨지 않도록 이어폰을 귀에 꼽고 노래를 들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 잠이 들 것 같았습니다. 이어폰에서 신계행님의 가을 사랑이 흘러나왔습니다. 목소리에도 가을 냄새가 나는 노래입니다.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단풍 일면 그대 오고
누워서 생각했습니다. 가을이 오면 가지 말라니. 그러면 겨울은 어쩌라고. 잠은 안 오고.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가사에도 혼자 따꿍따꿍 대꾸를 하였습니다. 어쩌자고 저는 이 가을에 생활의 리듬을 바꿔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을을 타는 남자인데.
가을은 저에게 그런 계절인 모양입니다. 한낮에는 의젓하고 당당한 사람 행세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도, 마당가에서 우는 풀벌레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연약한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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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좋은 점 하나가 있습니다. 하루해가 무척 길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그렇습니다. 아침운동을 하고 출근을 해서 회사 일을 보고, 어느 기업의 사보에 실을 원고를 써주고 났는데도 점심시간이 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습니다.
오후에는 이번 주 신문에 실을 발행인 칼럼을 쓰고 나서 김해에 다녀와야 합니다. 오늘이 어머님 제사이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지요. 오전에 일찍 가려했는데 둘째 형을 모시고 가려다보니 출발 시간을 오후로 미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가에 있는 대추나무에 올랐습니다. 어머님 제사상에 올릴 대추를 따기 위해섭니다. 종자가 제법 좋아서 대추알이 밤톨만하게 열리는 대추나무입니다. 대추나무 뿌리가 자꾸 잔디밭을 파고 올라와서 몇 번이나 잘라버릴까? 고민하다가 종자가 워낙 좋아서 지금껏 살려둔 나무입니다.
대추는 어머님 상에 올릴 것만 조금 따고 나머지는 이웃들이 조금씩 따서 가져갈 수 있도록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웃들이 알맹이 굵은 우리 집 대추를 무척이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나눠 먹어야 복 짓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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