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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당신의 아이는 괜찮습니까? / 김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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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4건 조회 2,567회 작성일 13-12-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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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당신의 아이는 괜찮습니까?
발행일 : 2013.12.09 [1133호] / 2013.12.08 14:58 등록/수정
 

모임이 있어 식당에 갔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각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아 신문을 펼치고 앉아 기사를 살펴보고 있었다. 갑자기 다른 쪽 식탁에서 아이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가 하도 절박하게 들려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길이 갔다. 서너 살쯤 된 남자아이가 불에 덴 듯 악을 쓰며 버둥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뜨거운 무언가에 화상이라도 입은 게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그 다음 부모의 행동을 보고 어이가 없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이가 그렇게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 이유가 다름 아닌 엄마의 휴대전화 때문이었다. 밥이 나오기 전 아이가 칭얼대자 아이를 달랜다고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틀어 주었나 보다. 거기에 온통 정신을 쏟았던 아이가 밥이 나와 엄마가 스마트폰을 가져가자 난리가 난 것이었다. 결국 아이의 떼를 이기지 못한 엄마가 밥그릇 앞에 스마트폰을 다시 켜 놓고서야 아이의 울음소리가 멈췄다. 요즘 우리 부모들은 인터넷게임 중독은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스마트폰 중독은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허긴 그 어른들조차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겠는가? 그러나 그 영유아기 때 잘 못 길들여진 스마트폰이 아이의 뇌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믿어지는가?
0~3세 영유아 시기는 우리의 뇌 중 기저핵 부분이 집중적으로 발달되는 시기이다. 특히 정서, 사회성과 관련된 뇌신경회로의 60%가 만들어지는 아주 중요한 결정적 시기이다. 즉 이 시기에 아이는 부모와 주위사람들과 정서적 교류를 많이 해야 올바른 뇌신경회로가 형성되고 그 다음 단계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떼를 쓴다고, 일이 바쁜데 아이가 혼자 잘 논다고 독이 가득 담긴 스마트폰을 너무나 쉽게 아이들 손에 쥐어 주고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스마트폰의 화려한 색상과 빠른 화면 전환, 그리고 묘하게 아이들을 사로잡는 디지털기기의 소리에 쉽게 빠져버린다. 그 재미에 빠지는 시간이 길수록, 들여다보는 횟수가 잦을수록 우리 아이들의 뇌는 다른 정서적, 감성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뇌신경회로를 가지치기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디지털기기 중독이라는 무서운 독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요즘 학교에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정서부적응 아동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텔레비전과 인터넷게임,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기기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아무 생각 없이 편하다는 이유로, 아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것들을 아이들 손에 쥐어준 우리 어른들의 탓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문가들 중에는 학교폭력의 이유 중 하나로 디지털기기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뇌 발달에 이상이 생긴 아이가 늘어난 현상을 꼽기도 한다. 즉 정상적인 사람의 뇌는 시각과 청각으로 들어온 정보가 후두엽과 측두엽의 신경회로를 통해 전두엽으로 전달되는 뇌신경 회로를 가진다. 그 정보를 전두엽에서 판단하여 어떻게 반응할지 소뇌에 전달하면, 우리 몸은 그 정보에 따라 반응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학교 복도에서 다른 아이가 나를 툭 치고 지나가면, 정상적인 아이의 뇌는 저 아이가 지금 실수를 한 것인가, 아니면 고의로 나에게 시비를 거는지를 판단한 후 내 행동을 결정한다. 그러나 디지털기기에 중독된 아이의 뇌는 전두엽이 아닌 소뇌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하게 한다. 즉 상대방이 나를 쳤으니 바로 반격을 가하게 만든다. 그 결과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디지털기기 없이 아이를 키우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장점을 활용하되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우리 어른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의 아이는 괜찮습니까? 아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 하는 당신은 괜찮습니까?
 
김종헌
시인·문협 속초지부장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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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네!지금 이 순간도 스마트 폰을 손에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br /><br />잠깐이라도 외출시에 스마트 폰을 안가지고 나가면 세상과 차단된 느낌에 왠지 불안하고<br />중요한 뭔가를 잃어 버린 것 같아  종일 서성거렸는데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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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님의 댓글

박성희 작성일

울아들도 저도 스마트폰을 늘 옆에 두고 삽니다. <br />다행인 것은 아들이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하기로 했다고 하니<br />컴퓨터에 빠져산 것이 지금은 득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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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자님의 댓글

이은자 작성일

설악신문에 김종헌 문협지부장님 글을 대하고 먼저 반가웠습니다.<br />참으로 우리들 그 누구에게라도 도움 되는 기사였습니다.<br />'내집 아이는 괜찮은지? 나 또한 괜찮은지? 늘 살피며 옷매무새를 고쳐 잡아야 겠지요.<br />다가오는 해에도 강건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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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

그러게요.<br />걱정도 되고...<br />어른들이 현명하게 잘 대처해 나갔으면 좋겠어요.<br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