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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우리 아이들의 내일은 안녕하십니까? / 김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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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4건 조회 3,184회 작성일 14-01-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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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우리 아이들의 내일은 안녕하십니까?
발행일 : 2014.01.06 [1137호] / 2014.01.04 18:29 등록/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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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0일 고려대학교의 한 평범한 학생으로부터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언론과 SNS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며, 학업과 취업준비에만 관심을 가졌던 다른 대학생들에게 사회 현실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커다란 기폭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는 고등학생들까지 학교나 학생들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밖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록 사회는 더 많은 말들이 오고가며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은근슬쩍 걱정(?)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건전성 측면에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무릇 건강한 생태계는 늘 변화하고 나아가서는 더 진화되어야 한다. 그 변화와 진화는 물론 기능성과 방향성에서 좋은 쪽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다. 물은 흘러야 썩지 않는다. 그러나 늘 흐를 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커다란 웅덩이를 만나 조금 쉬어가며 더 많은 물을 만나 다시 흘러간다. 그러나 그 웅덩이를 넘어설 다른 물, 즉 변화와 진화의 동력을 얻지 못하면 그 물은 결국 웅덩이 속에서 썩은 물이 되어 주위 다른 생태계까지 오염시킬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변화와 진화가 건전성을 가져야 하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에서 세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강남의 대치동 아줌마 군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학업과 스펙의 차별화에 의해 벌어지는 소위, 용과 미꾸라지로 불리는 계층 세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들이 편법 증여니, 순환출자니 등등의 우리는 잘 이해하기도 힘든 방법으로 이어가는 부의 세습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세습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었고, 그것들을 어떻게 하기에는 내 존재감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무서운, 눈에 잘 보이지 않은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대중매체에서 은근슬쩍 벌어지는 세습에 관한 이야기다.
여러분은 지금 혹시 아무 생각도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붕어빵’이나 ‘아빠! 어디가?’ 혹은 ‘맘마미아’를 보며 낄낄대고 웃고 있으신 건 아니신지? 그게 무슨 문제냐고? 나는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왜 대중에 대한 파급력이 가장 큰 텔레비전 프로그램마저도 기득권을 가진 연예인들의 가족들에게 세습되어야 하는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시청률에 목숨 걸어야 하는 감독이나 작가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시청자에게 알리고 시선을 끌기 위해서 지금처럼 스타와 그 가족들을 활용하는 꼼수에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프로그램이 자리 잡으면, 왜 꼭 그들이어야 하는가를 묻고 싶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프로그램 공모 형식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우리가 낸 시청료와 광고료로 뉴질랜드를 가면 왜 안 되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왜 그들만이 돈을 벌어가며 즐기고, 그것도 모자라 광고와 드라마와 영화를 찍어야 하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왜 K-POP 스타처럼, 전국노래자랑처럼 평범한 시민들이 즐기고, 더 나아가 그들이 보인 끼와 열정이 내일의 꿈으로 연결되는 기회를 더 많이 주려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인 것이다. 아울러 아무 생각 없이 그런 프로그램을 보며 낄낄거리며 웃다가, ‘어! 000네 가족이 광고 나왔네’라고 말하는 속 편한 사람이 되지 말자는 충고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의 사회가 안녕하려면, 가진 사람들의 비정상적 대물림이 아니라 3대가 이어가는 작은 가게의 대물림이 일어나는 그런 건전성을 가져야 한다. 그 건전성은 또한 우리 모두가 생각을 깨우고, 행동의 변화를 시도할 때 가능한 것이다.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에 별 시비를 다 건다고 하면 그저 웃어야겠지만, 그 생각 없는 웃음이 어쩌면 우리의 생각을 조금씩 마비시키고,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안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은 한 번 해봐야 할 시기다.
 
김종헌
시인·문협 속초지부장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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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

같은 생각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만<br />걱정되는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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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여님의 댓글

이진여 작성일

며칠 전 그 부분에 대해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br />그분께서 집에서 대학생 따님과 그런 저런 이야기를 했더니 <br />그 따님 왈 &quot;그런 식으로 보는 것은 열등의식을 가진 <br />루저들의 생각이다&quot; 그랬다고 합니다<br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생각도 '왜 그런 문제에 그렇게 민감하냐'<br />뭐 그런 분위였습니다<br />재벌이나 연예인들이 부와 인기를 세습하는 방식을 <br />당연시하는 젊은이들과... 결국 그 피해는 연예인 되려고 <br />돈과 정열을 다 바치고도 실패하는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그대로 <br />돌아 온다는 것을 모르는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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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위의 글을 읽고보니 티브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입니다.<br />모임에서 연속극이야기 나오면 늘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로 있어서 왕따당하는 느낌이지만<br />그 왕따를 즐기지요.<br />가끔 채널돌리다 원치 않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게 될때가 있습니다.<br />정말 어떤때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br />시청자가 저런 허접한 걸 왜 봐야하지? 의문을 가지며.<br />요즘은 한 술 더 떠서 방송인 아빠와 어린자녀들,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 등등.<br />비싼 제작비 들여 왜 저런 걸 하지?<br />가족들은 재미있어하고 나는 별나다고 핀잔 듣고..... <br />우리의 생각이나 취향이 대중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으면 까칠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br />문제지요.<br />대중의 눈높이를 자꾸 끌어내리는 오락프로그램의 방송관계자 모든제작진들은 좀 반성해야하지 않을까요?<br />결국 티브이는 바보상자에서 탈피하지 않을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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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님의 댓글

서미숙 작성일

ㅠㅠ 전 낄낄대고 웃고 봤는데요~그러면서 너무 치우치는군, 지들끼리 다 해먹는군 <br />하는 생각은 있었드랬습니다.그래도 웃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