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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 찌끄레기와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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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6건 조회 3,325회 작성일 14-09-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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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 찌끄레기와 명품
발행일 : 2014.09.05 [1170호] / 2014.09.05 11:01 등록/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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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이다. 올해 추석은 다른 해 보다 일러 과일도, 생선도 좋은 것을 구하는 일이 어렵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살림을 맡은 주부들은 걱정이 많다. 여기에 연일 계속되는 비로 농사일을 하시는 분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비바람에 떨어지는 낙과도 걱정이고, 햇볕을 받지 못해 당도가 떨어져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소위 찌끄레기(찌꺼기의 방언) 과일이 많아져 과수농가의 소득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얼마 전 방송에서 이 찌끄레기 과일과 우리 소비자가 좋아하는 소위 명품 과일을 비교하는 실험을 보았다. 그 실험을 보면서 우리 속담 중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보기보다는 겉으로 들어난 겉모습을 보고 판단을 하게 되는 나쁜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과일 하나를 골라도, 맛이나 과일이 가지고 있는 영양소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크거나 겉모습이 상처 없이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있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과일을 키우는 과수농가도 그 기준에 맞추어 맛이나, 과일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요소보다 겉모습을 보기 좋게 하는데 온 힘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일마다 봉지를 씌워 햇빛을 차단하고, 벌레가 먹지 않도록 과다한 농약을 쓰게 된다.
그렇게 키운 과일들이 과연 맛도 좋고 우리 몸에도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모양은 찌그러지고, 벌레가 먹은 자리가 흉터로 남은 못난이 과일, 찌끄레기라는 이유로 팔려 나가지 못하는 과일들이 오히려 모양만 반질반질한 과일들 보다 영양학적으로 적게는 10배, 많게는 40배가 넘는 영양소를 가지고 있으며 맛도 진짜 좋은 과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다른 이들의 생각에 맞추려고 그저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과일만 그럴까? 우리 사람은 어때야 할까? 최근 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로 자리 잡고 있는 ‘왔다! 장보리’에서 검사 이재훈 역을 맡은 김지훈을, 주인공인 보리 오연서는 극 초반에 그를 찌끄레기라고 불렀다. 하는 행동이나 말투가 그렇고, 옷차림이나 생각하는 방향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검사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한 촌철살인의 애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주말극에서 이재훈의 극중 이미지를 보면서 내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더 많이 생겨나야 할 역할 모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면을 보기보다는 자칫 외모나, 그 사람의 자리 등을 보고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우리 젊은 친구들도 그 기준에 맞추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결국 교육의 가장 기본인 인성교육의 부재와 기본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책 읽기조차도 문제풀이를 위한 다이제스트 판을 읽는 정서적 결핍을 가진 문제 어른들을 양산하는 체제를 만들게 되었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막말 검사가 나오고, 옳고 그름이 아니라 수임료만 보고 사건을 맡는 로펌이 생겨나고,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 아니라 수익이 우선인 병원이 생겨나는 현실을 우리는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된 것이다.
그들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속을 보지 않고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고 명품이니 찌끄레기니 하고 편 가르기를 가르친 우리 어른들 모두의 탓이다. 들고 있는 가방이 몇 백이고, 차고 있는 시계가 천만 원이 넘는 명품이라는 이야기가 화두가 되는 세상은 비정상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겉모양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눈을,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속은 엉터리면서 겉모습만 그럴듯한 진열대의 명품과일이나, 생선가게의 도둑고양이보다는 찌끄레기 과일처럼 속이 가득 찬 사람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백지와 같기 때문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김종헌
시인·문협 속초지부장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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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아님의 댓글

날라리아 작성일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br />왔다 장보리까지 시청하시면서도<br />이렇게 깊이 있는 글을 쓰시는군요.<br />난 막장드라마라고 욕하면서 또 보고~~<br />소파에 뒹굴거리다 끝나는데요.<br />반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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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님의 댓글

최선희 작성일

예 맞아요 빛좋은 개살구보다 여기 저기 손질해서 먹는 과일이 더 맛있는 게 많아요.<br />나는 겉만 번지르르 하지않을까? 또 한편 너무 찌끄레기 같이 보이지는 않을까? <br />조심하면서 누구나 살아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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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금희님의 댓글

노금희 작성일

늘 깊은 사유에서 나오는 글의 힘, 재미와 어우러져 늘 감동을 줍니다^^<br />위에 날라리아님은 누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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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님의 댓글

서미숙 작성일

그래도 어느정도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이 좋다요,싼게 비지떡이란 말도 있잖아요,<br />돈 많이주고 산것이 오래가고 비싼것이 좋다요ㅡ 품질이고...오래 쓰고 견고하고...ㅋ<br />겉모습이 상당 중요한데...ㅋㅋ<br />-점점 속물이 되가는 미숙-<br />글고 막장 드라마 맞다요ㅡㅍ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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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숙님의 댓글

조영숙 작성일

찌끄레기를 안팔아요.<br />드라마는 안봐서 모릅니다...만, <br />판단의 기준이 외형적 가치에 편중돼 있다는 점엔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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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화님의 댓글

이국화 작성일

내가 결혼할 때 남자 외양에 점수를 주고 결혼했다가<br />혼 난 사람임다. <br />그래도, 지금도 멋진, 잘 생긴 남자에 눈이 가걸랑요.<br /><br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 미남 미녀 스타들이 등장하구요.<br />하지만 걱정할 일은 없어요. 제 눈이 안경이니...<br />자기 눈이 표준은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