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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선생님들 /김종헌 (설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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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3건 조회 2,593회 작성일 14-10-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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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
발행일 : 2014.10.13 [1174호] / 2014.10.13 11:37 등록/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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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첫날,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어(연극으로 어울리는 사람들)팀이 정기공연으로 선보인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를 각색한 ‘무명저고리와 어머니’라는 연극을 보았다. 아이들이 여름 연극캠프에서 자신들의 눈높이로 재해석하여 꾸민 ‘개미와 베짱이’이도 함께 보았다.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후배 교사들에게 격려와 칭찬의 악수를 나누며 나는 우리 속초와 양양교육의 미래를 보았다. 나는 지금 여기서 그들의 연극공연의 질적 수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연어팀은 20여명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연극놀이를 교육현장에 접목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세월을 퇴근하고 저녁에 모여 공부해 왔다. 그 공부의 결과를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의 배움터에 다양한 색깔로 풀어 놓으려고 노력하는 후배교사들의 열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흔히 교육을 이야기할 때, 교육의 질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불변의 진리로 말한다. 자기 자식의 학업성적이나 진학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부모들에게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속초에는 다양한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며, 스터디모임을 갖는 교사들의 자생 동아리가 강원도내 어느 시군보다도 많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오늘 위에서 소개한 연어팀 말고도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교사들의 스터디모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의 전통 음악인 국악에 대한 스터디를 하는 모임으로는 ‘울림채’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리코더 연주를 통한 감성 예술교육에 앞장서는 ‘리코더 앙상블’ 모임 또한 그 역사와 내공이 만만치 않다. 아이들의 진로교육과 다양한 학습활동을 목표로 하는 ‘영북 다중지능연구회’도 1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공부하는 ‘협동학습’팀도 10여년의 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진솔한 글쓰기 교육을 위하여 ‘자작나무’라는 글쓰기 교육연구도 그 모임의 열기가 뜨겁다. 또한 강원도형 혁신학교인 아야진초등학교와 영랑초등학교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예술교육’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지속적 연수를 갖는 ‘발도로프 교육 연구회’도 새로운 스터디 모임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내가 활동하는 ‘어책모’(어린이 책 읽는 어른모임)도 초등학교 교사들과 일반 학부모의 연합형태 모임으로, 15년째 독서교육에 관한 기초적 이론과 독서교육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 매월 2번의 스터디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생적 동아리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누가 시켜서 모인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고민하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서울로, 인천으로 합동연수를 다니고, 매주 또는 적어도 매월 2번의 스터디 모임을 통해 자신들의 교육적 소양과 자질을 갈고 닦아 왔다는 것이다. 스터디 장소가 마땅치 않아 회비로 이리저리 학교와 근로자복지회관, 교육문화관, 문우당 세미나실을 빌리고, 큰 프로젝트 사업은 강원도 교육청 시책사업에 응모하거나, 속초시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을 통하여 해결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아이들의 자발적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다양한 교육활동 제공이라는 동일한 목표가 있었다.  
그날 연어팀 공연의 관람객은 아동관객이 3분의 2가 넘었다. 1시간이 넘는 공연시간 동안 우리 어린 관객들이 보여준 집중도는 매우 놀라웠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같이 온 선생님에게 연극 대사로 나온 ‘니혼 반자이’란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어린 아이의 진지한 눈빛을 보며, 나는 그 하나만으로도 연어팀의 한 달이 넘는 노력은 보상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같이 발을 맞출 때 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 속초에는 이렇게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있어 든든하다. 바라 건데, 우리 속초에 공부하는 학부모들의 모임도 많이 만들어 졌으면 하고 바라본다.
 
김종헌
시인·문협 속초지부장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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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금희님의 댓글

노금희 작성일

교장선생님의 든든한 후배사랑을 느낄수 있는 좋은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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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저도 소정이 데리고 보았습니다.<br />무대에 선 개미와 베짱이 아이들 너무 귀여웠습니다.<br />신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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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화님의 댓글

이국화 작성일

공부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이 필요하다는 말씀 공감합니다.<br />잘못된 학부모,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학부모 밑에서 <br />바른 자녀로 성장하기는 어렵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