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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 옳고 그름의 기준/ 김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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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3건 조회 2,669회 작성일 14-11-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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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 옳고 그름의 기준
발행일 : 2014.11.10 [1178호] / 2014.11.10 13:33 등록/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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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이 이케가야 유지 교수의 <단순한 뇌, 복잡한 나>라는 책이다. 그중 옳고 그름의 기준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몇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얼룩말은 무슨 무늬를 가지고 있습니까? 하얀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가지고 있을까요? 아니면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를 가지고 있을까요? 당신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아마도 하얀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겁니다.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검은 바탕에 하얀 줄무늬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흑인인 그들에게 바탕은 검은색이며, 흰색은 그저 장식을 위한 색깔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쥐와 고양이 실험 이야기입니다. 어린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에게는 ‘라’음만 들려주고, B그룹에게는 ‘미’음만 들려줍니다. 어른이 된 두 그룹의 쥐를 일반적인 환경에 풀어 놓으면 그 둘은 각자에게 익숙한 소리만을 인지하며 살아갑니다. 다른 소리는 인지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 둘은 서로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걸까요? 이제 고양이 실험입니다. 일반적인 대뇌신경세포(뉴런)에는 가로 줄무늬에 반응하는 뉴런, 세로 줄무늬에 반응하는 뉴런, 30도 기울어진 세로 줄무늬에 반응하는 뉴런 등 다양한 선의 방향에 반응하는 뉴런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가로 줄무늬만 있는 상자에서 자란 고양이는 가로줄무늬만 보게 되고, 세로줄무늬만 있는 상자에서 사육된 고양이는 세로 줄무늬를 볼 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상자에 막대기를 가로로 걸쳐 놓으면, 세로 줄무늬만 보고 자란 고양이는 자꾸 막대에 걸려 넘어지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보인다고 생각한  막대가 세로 줄무늬만 보고 자란 고양이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세상인 것입니다.
위 두 가지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올바르다’와 ‘그르다’의 절대적 기준은 애초에 있을 수 없습니다. 즉 ‘올바르다’와 ‘그르다’의 기준은 경험의 ‘기억’이 결정합니다. 다시 말하면 ‘거기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나’가 잣대가 됩니다.
세 번째 실험 이야기입니다. 파도처럼 ‘파’가 맨 처음에 오는 단어와 ‘구라파’처럼 세 번째 음절에 ‘파’가 오는 단어 중에 어느 단어가 더 많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실험입니다. 어느 쪽일까요? 당연히 첫 음절이 ‘파’로 시작되는 단어를 우리는 더 많이 말하게 됩니다. 또 다른 실험입니다. 한 그룹에게는 자기 자신이 주도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례를 12가지를 말하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6가지를 말하게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자주적인 사람입니까?’ 질문을 다시 하면 어느 쪽에서 더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까요? 당연히 6가지 사례를 말한 그룹이 더 높게 나옵니다. 즉 이 실험의 의도는 ‘올바르다’의 기준은 기억의 ‘접근용이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위태로운 관념이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무 지나친 편 가르기에 치우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쯤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보고 생각하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사는 습관을 기르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최근에 우리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단어를 아주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대화의 장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소통에 대해 노력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불통이라고 매도합니다.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미 그 자리에 앉을 때 우리는 이미 ‘나는 옳고, 당신은 그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소통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옳다’와 ‘그르다’가 아닌,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공감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김종헌
시인·문협 속초지부장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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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화님의 댓글

이국화 작성일

소통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합니다.<br /> 그리고 ‘옳다’와 ‘그르다’가 아닌,<br />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공감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br /><br />새길 말입니다.<br /><br />그런데 그 누가 먼저 나를 이해하려는 생각을 하고 <br />자기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겨요.<br />외롭걸랑요. ㅎ ㅎㅎ<br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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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헌님의 댓글

김종헌 작성일

오랫만에 뵙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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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장애인권강사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br />'다르다'와 '틀리다'<br />우리는 나와 다른 것을 인정 못하는 벽에 갇혀, 갇힌 것도 모르고<br />살아가지 않나 자주 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br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