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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강원문학 작품상 - 종이탑/권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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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0건 조회 1,135회 작성일 18-06-22 00:55

본문


 

종이탑

                               권정남

 

 

새벽 골목길

종이탑이 흔들리며 간다

    

손수레 위에 힘겹게 쌓아올린

신문지와 헌책, 종이박스들

무너질 듯 끌려가는 공든 탑이

돌탑보다 단단하고 성스럽다

 

굽은 허리에 모자 눌러 쓴

키 작은 노인 얼굴이 없다

전사戰士처럼 세찬 바람을 뚫고

전봇대 지나 슈퍼 앞을 돌고나면

거룩한 탑은 한 칸씩 올라간다

 

무한 시공을 끌고 가는 저 수행자

아침을 깨우고 세상을 거울처럼 닦으며

부처처럼 정중히 탑신塔身을 모시고

타박타박

빙판길 성지를 순례 하고 있다.


 

 약력

: 1987시와 의식겨울호 목련

: 2008 강원문학상, 2010 강원펜문학상, 2011 강원여성문학상, 2015 관동문힉상 수상

: 시집속초바람,서랍 속의 사진 한 장,물푸레나무 사랑법,연초록 물음표

: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원문인협회, 관동문학회, 강원여성문학인회 이사, 강원여성 산까치회, 속초 문인협회회장 역임

 

수상 소감

 

은 정성과 기원을 의미한다. 때론 층층 묵언默言으로 쌓아올린 공든 탑 앞에서 간절함과 동시에 숙연해짐을 느낄 때가 있다. 초겨울 이른 새벽 헌책과 신문지, 종이상자를 차곡차곡 실은 수레가 빙판길 위로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전사戰士처럼 세찬 바람을 뚫고 가는 키 작은 노인이 수레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수레에 끌려가고 있었다. 순간 어떤 탑보다 더 단단하고 간절한 종이 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 정성과 땀으로 쌓아올린 성스러운 기원의 탑 앞에서 잠시 가슴이 먹먹했다. 그 영감으로 시를 썼다. 우리 사회 구석까지 복지제도가 만연하다고들 하지만 아직 복지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을 보니 빙판길을 가는 수레처럼 불안하게 느껴졌다. 부끄러운 작품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열심히 쓰라는 격려 의미로 겸허히 받아들인다. 더 좋은 작품을 써서 강원문학에 보답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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