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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벌레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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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443회 작성일 13-05-3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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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벌레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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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을 파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머리에 흰 털 수북한 벌레 한 마리가

염전위를 기어간다 몸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연신 소금 물을 일렁인다

 

소금이 모자랄 땐

제 눈물을 말려 먹는다는 소금 벌레

소금물에 고분고분 숨을 죽인 채

짧은 다리 분주하게 움직여

흩어진 소금을 쉬지 않고 끌어 모은다

땀샘 밖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이

하얀 소금 꽃 터트리며 마른다

 

소금 밭이 아닌 길을 걸은 적 없다 일생동안

소금만 갉아먹다 생을 마감할 소금 벌레

 

땡볕에 몸이 녹아 내리는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 모으는

비금도 대산 염전의 늙은 소금벌레여자

짠물에 절여진 세월이 쪼글쪼글하다

“바닷물을 말려 사는지 피를 말려 사는지 알 수 없당게”

혼자서 소금을 캐며 살아가는 늙은 여자 딸셋 뭍으로 시집 보내고

남편은 젊었을 때 바람나 새 살림 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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