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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TV /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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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961회 작성일 13-06-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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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TV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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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텔레비젼이 실려 가고 있다

붕대 감듯 온 몸이

끈으로 묶여있다

파란 만장한 사연을 쏟아내던 스피커는

입을 꽉 다물고 있다

문풍지 우는 방으로

동네 사람들 불러 모으던 채널은 금이 갔다

배를 불쑥 내밀고

지구를 들어 올리는 꿈을 꾸던 브라운관이

백내장 낀 흐린 눈으로

길가 풍경을 바라보는

스위치를 누르면

생생한 이야기를 쏟아낼 것만 같은

시간의 쓰레기가

트럭에 실려 고속도로를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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