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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창작 원칙 /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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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3건 조회 2,758회 작성일 13-06-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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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창작 원칙 /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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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별한 창작 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직접 창작한 제 시와 접목을 시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체험으로부터 시작하자.

모든 상상력은 체험에서 발아합니다. 체험은 직접 몸으로 겪는 사건은 물론 독서와 대화,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도 포함됩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와 실패한 예술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감’인데, 이 영감은 체험에서 옵니다. 음식을 열심히 먹지 않으면 똥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체험을 많이 하지 않으면 시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직접 술을 마시는 체험 중에 창작동기가 발아하여 시를 창작한 구체적인 사례가 「소주병」입니다. 이 시는 대천해수욕장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착상한 것입니다. 빈 소주병을 입에 대고 힘껏 불어보세요. 그러면 붕붕하고 우는 소리가 날 것입니다. 이것을 아버지의 울음소리로 연결시킨 것입니다.

 

둘째, 이야기를 만들어내자.

시인은 체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합니다. 실제 체험만으로 시를 써야 한다면 평생 쓸 수 있는 시가 몇 편 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의 체험이란 그렇게 다양하거나 일관되거나 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체험만으로 시를 쓰겠다는 사람은 시를 쓰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시 역시 소설과 마찬가지로 허구적 진실입니다. 실제 있었던 체험적 사실만이 아니라 진실을 구성하여 사람을 감동시켜야 합니다. 시는 실제 체험한 사건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체험에서 발아한 상상으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상력은 신이 붙여놓은 것을 띄어놓고, 신이 띄어 놓은 것을 붙여놓는 힘이라고 합니다. 상상력이 있는 인간만이 신과 맞장을 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신과 맞장을 뜨는 자입니다. 저의 「별국」은 몇 개의 체험과 허구를 상상력으로 조직한 것입니다.

 

셋째,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자.

『논어』의 사무사는 시를 대할 때 정직하라는 말입니다. 창작자나 독자, 편집자 모두 이러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시인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 적는 존재일 것입니다. 논어에 ‘술이부작述而不作 ’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본래의 마음을 적되 짓지 않는 다는 말이지요. 이러한 시가 ‘폭설’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의 내용은 실제 이웃집 여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자주 술집과 노래방을 들러서 집에 오는 중년의 불경한 삶을 고백한 것입니다. 이웃집 여자는 비유의 보조관념일 뿐입니다. 

 

넷째, 선배에게 배우자.

시를 잘 쓰려면 선배들의 시를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시는 선배의 시를 모방하면서 배운다고 보면 됩니다. 구약성서에 천하에 새로운 것이란 없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자연 속에 존재하며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하였습니다. 옛 것을 따뜻하게 품어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옛시는 물론 규범이 될 만한 당대 선배의 시도 고전입니다. 고전을 공부하지 않으면 시 쓰기에 금방 바닥을 드러낼 것입니다. 시‘아내’는 제아내가 실제로 아파서 병원으로 옮기느라 업었던 체험에다가, 독일 브레히트의「나의 어머니」라는 시를 읽고서 발상한 것입니다.

 

다섯째, 재미있게 쓰자.

시든 소설이든 결국은 재미있는 글이 살아남게 됩니다. 그래서 시를 재미있게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체험을 재미있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시 「무량사 한 채」는 재미있게 구성한 시의 사례입니다. 위 시는 실제 아내와 있었던 일을 진술한 것이 아니고 많은 부분이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다만 무량사라는 고향 부근에 있는 절을 여러 번 다니다가 창작동기를 얻은 것입니다. 필자가 술을 먹거나 아이들 공부 문제로 아내가 뭐라뭐라하는 것은 집안에서 흔히 부딪히는 일입니다. 대웅전 꽃살문은 조계사회보에서 사진으로 본 것을 시 쓰는 과정에서 생각해낸 것입니다. 꽃살문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는 상상해낸 비유입니다. 필자는 이 구절을 생각해 내고 사람들이 시를 읽으면서 살짝 웃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여섯째, 현실 문제를 쓰자.

현실감 있는 시를 쓰기 위해서는 사회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시를 현실감 있게 받아들입니다. 시인은 책상물림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오랜 지론입니다. 문약한 시인은 종이만 낭비하는 사회의 해충일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밝히고 따져야 합니다. 때로는 행동을 위한 용기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물리적 고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의 시 「얼굴반찬」은 핵가족화 세태를 비판하고 가정회복을 희구하는 시입니다. 또 다른 시 「몸관악기」도 같은 계열의 시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노동자를 몰아내는 기업의 비윤리적 작태가 시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기업 이익의 근원은 노동력임에도 젊어서는 마구 부려먹고 임금이 높아지는 나이쯤 되면 가차 없이 버리는 게 우리나라 기업윤리의 현실입니다.

 

일곱째, 알아먹게 쓰자.

시가 독자와 소통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언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합니다. 언어는 인간과 인간 간에 소통을 위해서 발명된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초고를 쓰고 나서 무슨 얘기인지 정확히 전달이 될 때까지 고치고 고칩니다. 제 시가 쉽다는 얘기를 많이 하 데,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다는 것은 내용 전달이 잘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시 쓰기 위한 시를 쓸 경우에 내용 전달이 안 됩니다. 독자들은 도저히 해독하기 어려운 시를 읽은 경험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는 창작자가 시를 잘못 배우거나 잘못 이해한데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러한 시를 인정하고 독려하고 양산하는 평론가와 학자와 문예잡지들이 있는데, 이러한 허망한 잡지들은 거들떠 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소주병/ 공광규

소주병은 술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만 간다.

 

자식들처럼 받기만 하는 소주잔은

잘 닦여 청결한 찬장에서 쉬지만

소주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쓰레기장에 굴러 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소주병이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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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명심하겠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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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조외순)님의 댓글

물결(조외순) 작성일

<p>참작하여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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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재님의 댓글

이구재 작성일

<p>옳소, 그렇구 말구요 .</p>
<p>다 알면서도 그렇게 못 쓰고는 가르칠 때는 이렇게 써야 한다고 짖어 댄 내가 부끄럽군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