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종단 열차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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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종단 열차
이병률
왜 혼자냐고 합니다
노부부가 호밀빵 반절을 건네며
내게 혼자여서 쓸쓸하겠다 합니다
씩씩하게 빵을 베어 물며
쓸쓸함이 차창 밖 벌판에 쌓인 눈만큼이야 되겠냐 싶어집니다
국경을 앞둔 루마니아 어느 작은 마을
노부부는 내리고 나는 잠이 듭니다
눈을 뜨니 바깥에는 눈보라 치는 벌판이
맞은편에는 동양 사내가 앉아 나를 보고 있습니다
긴긴 밤 말도 않던 사내가 아침이 되어서야
자신은 베트남 사람인데 나더러 일본 사람이냐고 묻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을 뿐 그에게 왜 혼자냐고 묻지 않습니다
대신 어디를 가느냐 물으려다 가늠할 방향이 아닌 듯해 소란을 덮어 둡니다
큰 햇살이 마중 나와 있는 역으로
사내는 사라지고 나는 잠이 듭니다
매서운 바람에 차창은 얼고 풍경은 닫히고
달려도 달려도 시간의 몸은 극치를 향해 있습니다
바르샤바로 가려면 이 칸이 있고
프라하로 가려면 앞 칸으로 가라고 차장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로든 가지 않아도 됩니다
어디든 지나가도 됩니다
혼자인 것에 기대어 가고 있기에
댓글목록
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혼자 동유럽 종단열차를타고 행복한 고독에 젖어 있군요. </p>
<p>인간 존재의 문제가 그렇겠지요. 우리모두 무리 속에 섞여 떠들썩 하니 </p>
<p>살아가고 있지만 결국에는 혼자라는 - 외롭지만 황홀한 희열 같은 </p>
<p>터벅 터벅 혼자가야 하는 -</p>
<p> 김향숙 사무국장님 . 좋은 시 올려 주셨네요. </p>
<p>자주 이런 시 부탁해용 </p>
이국화님의 댓글
이국화 작성일
<p><span style="FONT-SIZE: 14px; COLOR: #0000ff"><strong>매인 데 없이 다니는 여행 </strong></span></p>
<p><span style="FONT-SIZE: 14px; COLOR: #0000ff"><strong>나도 하고 싶다</strong></span></p>
<p><span style="FONT-SIZE: 14px; COLOR: #0000ff"><strong>그러면 나도 저같은 시를 쓸 수 있을까.</strong></span></p>
<p><span style="FONT-SIZE: 14px; COLOR: #0000ff"><strong>참으로 아름답고 고독한 자유가 눈부시다. </strong></span></p>
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이병률 시인의 글은 참 빛나는 것 같아요. </p>
<p>벌판에 쌓인 눈 향기같은, </p>
<p>몇 권의 책을 읽어봐도 한결 같은,</p>
<p> </p>
<p> </p>
<p>잘 읽었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