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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서 글 쓴다 /성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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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명선
댓글 2건 조회 3,036회 작성일 13-07-19 22:19

본문

 

 

마땅한 책상이 없어 밥상에서 글 쓴다

재경이 유치원 보내고 재경이 아빠 가게

가면 밥상을 펴놓고 글 쓴다

글 써서 밥 벌고 싶어 밥상에 글 쓴다

밥은 못 벌어도 반찬값이라도 벌고 싶어

밥상에서 글 쓴다 재경이 과자값이라도

벌까 싶어 밥상에서 글 쓴다

밥이라고 쓰면 하얀 김이 나는 밥이 나오고

반찬이라고 쓰면 갈치 콩나물 두부가 쏟아지고

아버지 칠순이라고 쓰면 백만 원이 뚝 떨어지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환상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글 쓴다

글만 쓰고 있어도 배가 부를

경지가 될 때까지 밥상에서 글 쓴다

밥상이 내게 마땅한 책상이 될 때까지

밥상에서 글 쓴다

아! 이 빌어먹을 책상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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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원고로 제 빚을 탕감하려 했던 발자크는 생각해보면 미친 인간이었다. 제법 유명해져서 고료를 후하게 받게 되었을 때도 빚은 불어나기만 했다. 그는 사업에 젬병이었던 것이다. 출판업과 인쇄업, 광산에 투자했으나 남은 것은 빚더미뿐이었다. 그러나 실패와 파산의 경험을 제 글에 담을 줄 알았기에 신이 그를 저버린 것은 아니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어떻게 재산을 부풀리고 남과의 예기치 않은 소송에서 이길 것인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타인을 어떻게 속여먹을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그는 책상이 밥상이 될 때까지 하루 열다섯 시간 이상을 글 쓰는 데 바쳤지만 빚은 줄어들지 않았다. 평생 돈에 쪼들렸지만 그 덕분에 자본주의의 본질을 꿰뚫는 글을 쓰며 리얼리즘을 요란하고도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조재룡 (문학평론가)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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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moe님의 댓글

galmoe 작성일

<p>누군가 저한테 돈도 안되고 밥도 안되는&nbsp;詩를 왜쓰냐고 해서 제가&nbsp; 돈도 안되고 밥도 안되기때문에 詩가 매력적이라고 </p>
<p>그런 詩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은 더 없이 순수하다고 했지요. - 권정남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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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화님의 댓글

이국화 작성일

<p><strong><span style="FONT-SIZE: 13px; COLOR: #7820b9">권정남 회장님 말씀에 </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3px; COLOR: #7820b9">전적으로 동감.</span></strong></p>
<p><strong><span style="FONT-SIZE: 13px; COLOR: #7820b9">나는요. 돈도 없지만 빚도 없어요.</span></strong></p>
<p><strong><span style="FONT-SIZE: 13px; COLOR: #7820b9">그래서 발자크가 못 되는 모양임다.</span></strong></p>
<p><strong><span style="FONT-SIZE: 13px; COLOR: #7820b9">글 올린 분 수고하셨어요. 감솨...&nbsp; (속어를 써도 되나 몰라.&nbsp; 알랑가 몰라.</span></strong></p>
<p><strong><span style="FONT-SIZE: 13px; COLOR: #7820b9">&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시대의 속어를 쓰면서 젊어지는 기분 ㅎㅎㅎ</span></strong></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