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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측의 세 가지 공법 / 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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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명선
댓글 2건 조회 3,783회 작성일 13-07-25 14:01

본문

 

  

의자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직각 공법은

애초에 귀를 염두에 둔 작업이었다 

 

독백과 대화 사이

방백과 대사 사이

뚝뚝 끊기는 말소리는

귀와 귀 사이의 거리를 예측한 설계 때문이었다

 

둔각의 등허리에 잘 붙지 않는 대답이라면

처음부터 피가 돌게끔 고안된 건 아니었다 

 

못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통과한다 

 

피가 나지 않는 이 공정은

핏줄과 핏줄 사이처럼 살을 채우는 화법이어서

발과 발 사이는 한없이 멀어진다 

 

귀를 상상하고 나무를 깎는 동안

예각의 숨과 숨 사이에서 설핏 피 냄새가 난다 

 

 

 

                       —《시인동네》201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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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호 / 1964년 경북 경산 출생. 2003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아주 붉은 현기증』. 현재 명지대 강사.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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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moe님의 댓글

galmoe 작성일

<p>시인은 시이 소재를 다양 한 것에서 찾아내고있네요.&nbsp; 고정관념 탈출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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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moe님의 댓글

galmoe 작성일

<p>시인은 시이 소재를 다양 한 것에서 찾아내고있네요.&nbsp; 고정관념 탈출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