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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풍 기/장 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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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521회 작성일 13-09-1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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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풍 기/장 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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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집 찌든 벽에 걸린

선풍기 동안거 중이다

보자기 한겹 덮어쓰고

땀내 기름내 참으며

앉은뱅이 처사가 되어

지긋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술잔을 부딪는 걸쭉한 육담들에

저도 모르게 귓볼이 발그레지기도 하지만

가난한 행상들의 허겁지겁 한끼에

굽혔던 뼈마디를 펴기도 한다

훈김이 올라 달빛에 살찌는 저녁

마음이 무거우면 벽에서 떨어진다고

한겨울 빙어같이 어둠 속에 가라앉아야

여름날 한줄기 바람으로

너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장기판 같은 소란한 국밥집에서

접은 날개가 인동초로 피어나도록

떠오르는 훈수를 못내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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