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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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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명선
댓글 3건 조회 3,631회 작성일 13-10-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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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띄워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 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 뿐이어서
당신 이름 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이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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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님의 댓글

김향숙 작성일

<p>10월</p>
<p>다 가기 전에 </p>
<p>쓸쓸하고 싶을 때 또 꺼내어 읽어보아야겠습니다.</p>
<p>&nbsp;</p>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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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님의 댓글

정명숙 작성일

<p>익어 가는 가을빛에 젖어 외롭다고 투정부리고 싶은 날 '시월'을 읽고 위안을 받습니다.</p>
<p>마지막 연이 가슴에 와 닿네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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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moe님의 댓글

galmoe 작성일

<p>가을빛릉 읽어가다 마지막연에 와서는 울컥&nbsp;하네요.&nbsp;눈에 보이지않는 돌고도는 인연 같은 거</p>
<p>나희덕시인 시를 평소에 좋아하지요. 최명선 총무님 바쁘신데 시월어느날 아침 좋은 시 감사합니다. 정남</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