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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수의 집짓는 이야기 - 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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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3건 조회 4,368회 작성일 14-03-04 14:29

본문

어느 목수의 집짓는 이야기

 

                                          황확주

 

기적처럼 바다 가까운 데 있는 집을 생각하며 살았다

 순서가 없는 일이었다

 집터가 없을 때에 내 주머니에 있는 집

 설계도를 본 사람 없어도

 집 한 채가 통째로 뜨는 창은

 미리 완성되어 수면에 반짝였다

 

 나무 야생화 돌들을 먼저 심어

 밤바다 소금별들과 무선 전화를 개통해 두고

 허가 받지 않은 채 파도소리를 등기했다

 하루는 곰곰이 생각하다

 출입문 낼 허공 옆 수국 심을 허공에게

 지분을 떼 주었다

 

 제 안의 어둠에 바짝 붙은 길고 긴 해안선을 타고

 다음 항구까지 갈 수 있는 집의 도면이 고립에게서 나왔기에

 섬들을 다치지 않게 거실 안으로 들이는 공법은

 외로움에게서 배웠다

 물 위로 밤이 오가는 시간 내내

 지면에 닿지 않고 서성이는 물새들과

 파도의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가식으로 정렬된 푸르고 흰 책등이

 마을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바다 코앞이지만 바다의 일부를 살짝 가려둘 정도로

 주인이 바다를 좋아하니

 바다도 집을 좋아해 줄 수 있도록

 자연으로 짓는 게 기본

 

 순서를 생각하면 순서가 없고

 준비해서 지으려면 준비가 없는

 넓고 넓은 바닷가

 현관문이 아직 먼데 신발을 벗고

 맨발인 마음으로 들어가는 집,

 내 집터는 언제나 당신의 바닷가에 있었다

 

 

                                    - 『서정시학』 2009년 봄호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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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

<font face="Batang" size="2">&nbsp; 현관문이 아직 먼데 신발을 벗고</font><p style="line-height: 1.8;"><font color="#000000"><span style="font-family: Batang;"><span style="font-size: 10pt;">&nbsp;맨발인 마음으로 들어가는 집,</span></span></font></p><p style="line-height: 1.8;"><font color="#000000"><span style="font-family: Batang;"><span style="font-size: 10pt;">&nbsp;아름다워요 !</span></span></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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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여님의 댓글

이진여 작성일

<p>황학주시인이 바닷가에 지은 집은 너무 외로워 </p>
<p>동생에게 내주었다고 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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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님의 댓글

김향숙 작성일

<p>첫사랑 애인을 아직 잊지 못한 사람은 </p>
<p>바닷가에 집을 짓지 말 일이다,</p>
<p>누군가의 말처럼...</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