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김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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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김문경
백목련 가지마다
하나 둘 연등이 걸리고
그 아래서 비구니가
옷을 찢는다
속곳
속속곳 속에
부드럽게 숨쉬는 몸의
긴 그림자가 보인다
뜬 눈의 목어도
헤엄을 멈춘 산사의 밤에
숨 한 번 쉴 때마다 발아래로 떨어지는
부끄러운 속옷 조각들
옷을 찢고 있는 그 비구니는
몇 살일까?
번뇌의 세상 옷을 바람날로 찢는
그녀의 밤은
임이 하얗게 그리운 연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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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언젠가 낙산사에서</p>
<p>장삼이 바람에 날리고 환한 햇살 속에 걸어가는 스님 한 분을 보았지요. </p>
<p>어찌나 잘 생기셨던지... 천사라면 바로 저 모습일거라고 생각했지요.</p>
<p>아주 먼 발치에서 보았는데두 그걸 알았으니</p>
<p>얼마나 환한 모습이셨겠어요. </p>
<p>이 시를 읽으니 그 스님이 생각나네요, 뜬금없이.</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