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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문학을 보다가...병풍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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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민걸
댓글 1건 조회 5,642회 작성일 06-01-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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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부채와 곰방대 뒤에 바람을 거느리고 계셨다 할아버지가 거느린 바람은 그속에 대숲을 헤짚고 나오는 호랑이나 소나무 위를 날고 있는 학을 나란히 품고 있는 것이어서 이승과 저승, 기쁨과 슬픔 사이에 놓여 있던 담장도 접으면 얇게 접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평생을 병풍과 함께 사셨다 바람을 나란히 늘어놓는 것이 좋아,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여의고 새 할머니를 들였다 바람을 나란히 늘어놓다 보면 한해가 금방 간다는 것을 할아버지는 몰랐을까 그 후 할아버지는 병풍에 들었다
나는 흰떡 뒤에 쳐진 병풍을 바라보았다 흰떡이 무어라고 말하는지 병풍 뒤의 할아버지가 연신 곰방대를 빨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평생에 늘어놓은 바람의 뒤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셨던 것일까 병풍은 세워둘 때만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지 병풍 앞에 세워둔 촛불이 바람에 흔들린다
흔들리는 촛불 너머로, 가물가물 먼 산이 병풍에 들고 있다
....................................................................<병풍에 들다>, 전문, 박남희.......................

지난 12월에 이화국 시인이 친히 건네주신 『고양문학』제24호에 실린 시 중의 하나입니다. 읽고 나서, 병풍의 상징성에 대하여 목하 고민중입니다. 병풍은 뒤를 가리기 위한 도구를 지나...

"상처와 죽음을 바라보는 몇 가지 방식"이라는 박남희 시인의 평론도 읽고 나니,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반성과 의지를 또한 가져봅니다. 고양 문학과 속초 문학이 더불어 번창하길 바라면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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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국님의 댓글

이화국 작성일

  박남희는 고양시에서 시를 제일 잘 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꼽히는 시인입니다.  그의 인격 또한 신뢰할만한 사람입니다. 좋은 시를 쓰지만 때로 명징한 뜻이 전달이 안되어 내 무지만 탓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 있지요. <br />
책을 돌리면 이렇게 누군가 눈독 들여 읽는 독자가 있다는데 놀라며 오늘서야 신민걸님의 글에 답글 올리게 된 나태를 꾸짖어봅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