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늘 사이로 - 김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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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 사이로
김명리
저 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길을 따라 계속 오르다 보면
'수효사'라고, 낮은 푯말이 벚나무 아래 기우뚱하고
웃자란 억새풀들 사이로 진노랑부리 새 한 마리
어디로 가나 내가 어디로 가나
아까부터 초조히 엿보는 듯한데
비 온 뒤끝이라 발 아래 뭉클한 붉은 진흙고랑
기울어진 마름모, 비두름한 세모,
또 저 파랗고 길둥근 네모 꼴들로
하늘을 분할하는 빛나는 벚나무 나뭇가지들
나뭇잎 푸른 귓전을 이명처럼 적시는
저 맑고 통통한 소리소문들
들리는 말로는 그 절이 사라졌다고도 하고
또 들리는 말로는 그 절이 아직은 거기에
있을 거라고들 하는데
빙 둘러친 입산금지 철책 꺾어진 틈
거기 휩싸인 싸아한 벚꽃잎, 벚꽃 향기 틈으로 보면
어느 사이 내 삶에
벚꽃 잎사귀만한 꽃그늘이 들어오는지
자욱이 내 눈물샘으로 뛰어드는 하루,
하루살이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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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춘만님의 댓글
김춘만 작성일<p>좋은 시 잘 감상합니다.</p>
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옆에 있던 그 무엇인가가 없어지기 전에 </p>
<p>가슴에</p>
<p>눈빛에</p>
<p>말에 잘 담아야 할 것 같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