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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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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미숙
댓글 0건 조회 2,983회 작성일 14-06-01 01:25

본문

홀로서기

                                 서정윤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러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홀로서기2

 

1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했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2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 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 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것이다.

 

 

3

나로 인해

고통 받는 자

더욱 철저히 고통하게

해 주라.

 

고통으로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남이 받을 고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닌 것은 아닌 것일 뿐

그의 고통은

그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어난 내 속의 감정은

그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 뿐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은

옳은 길을 걸은 것이다.

 

 

4

나의 신을 볼

얼굴이 없다

매일 만나지도 못하면서

늘 내 뒤에 서 있어

 

나의 긴 인생길을 따라다니며

내 좁은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보고 웃으시는 그를, 내

무슨 낯을 들고 대할 수 있으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지만

자랑스레 내어 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 더 살아

자랑스러운 것 하나쯤

내어 보일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신 있게 신을 바라보리라

하지만,

 

언젠가 되어질지는, 아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기에

<나>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오늘

나를 사랑해야 할 것인가, 나는.

 

 

5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 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 다른 뜻은 무엇일까

 

 

홀로서기 3

 

1

보고 싶은 마음을

오래 참으면

별이 된다고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이 유난히 맑다.

 

늘 상 시행착오 속에 살면서

나를 있게 해 준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숱한 밤을 밝혀도

 

아직도 나는

나의 얼굴을 모르고 있다.

 

 

2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역에서

그냥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지만

발길을 막고 있는 건

내 속에

나 혼자 있는게

아니기 때문인가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서는

풀씨들만큼 충실한

씨앗이 되지 못했다.

 

그리움이 익으면

별이 된다고

내 속에서 빛나는 건

미처 못 지운

절망의 아픔들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3

노래가 질펀한 거리를

그대는 걷고 있다.

시간은 내 속에 정지해 있고

어쩌면 눈물만이 아프다.

 

혼자 불끄고 누울 수 있는

용기가

언제쯤이면 생겨날 수 있나

모든걸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때가

나에게 있을까.

 

잊음조차 평온함으로 와 닿을 때

아, 나의 흔들림은

이제야 끝났는가.

 

 

4

내가 준 고통들이

지금 내가 안고 궁그는 아픔보다

더 크고, 그럴지라도

그 맑은 미소가

다시 피어나길 기도하는 것조차

알량한 자기 위안일 뿐

 

나에게 손 내밀어 줄 신이

정말 있을까.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숱한 다짐들이

어떤 바람에도 놀라게 한다.

 

굳건히 설 수 있을 때까진

잊어야지

내 속에 흐르는 강물이

결국은 바다로 간다는 걸

깨닫기 까지.

 

 

5

나는 여기 있는데

내 마음은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아프게 살아온 날들이 모두

돌아볼 수 없도록 참담하고

흔들리는 인간이

흔들리는 나무보다 약하다.

 

지하도를 빠져나오는 느낌이

모두 같을지라도

바람부는 날

 

홀로 굳건할 수 있다면

내 속에 자라는 별을 이제는

하늘로 보내 줄 수 있을텐데

아직도 쓰러져 있는

그를 위해

나는 꽃을 들고 있다.

 

 

6

술잔 속에서 그대가

웃고 있을 때, 나는

노래를 부른다, 사랑의 노래를.

 

보고 싶은 마음들은

언젠가 별이 되겠지

그 사랑을 위해

목숨 걸 때가 있다면

내 아픔들을 모두 보여주며

눈물의 삶을 얘기 해야지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을 위해

썩어지는 육신을 위해

우리는 너무 노력하고 있다.

 

노을의 붉은 빛을 닮은

사랑의 얼굴로

이제는 사랑을 위해

내가 서야 한다.

서 있어야 한다.

 

7

안다.

너의 아픔을 말하지 않아도

나만은 그 아픔을

느낄수 있기에 말하지 않는다.

 

절망조차 다정할 수 있을 때

그대는 나의 별이 되어라.

흔들리는 억새풀이 애처롭고

그냥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는 들꽃이

더욱 정겹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사랑하기 위해 애쓰자.

사랑없는 삶으로

우리는 자신을 속일 수 없다.

 

내 꿈으로 띄운 별이

이제는

누구의 가슴에 가 닿을지를

고민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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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에 한동안 빠졌었던...詩

새삼 옛생각이 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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