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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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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1건 조회 2,718회 작성일 14-06-18 22:19

본문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

 

흰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해변에 이르러서야

히히히히힝, 내 안에서 말 한 마리 풀려나온다

 

말의 눈동자,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가라, 가서 돌아오지 마라

이 비좁은 몸으로는

 

지금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수만의 말들이 돌아와 한 마리 말이 되어 사라지는 시간

흰 물거품으로 허공에 흩어지는 시간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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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나희덕 시인에 대한 믿음이 살아 있어 좋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