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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앨범 4 /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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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2건 조회 2,197회 작성일 14-08-3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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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앨범 4 

 

김상미




마흔과 쉰 사이에도 나는 시를 버리지 못했다
날마다 시의 탄약을 장전하고
시공을 초월해 들려오는 시의 총성을 들었다
내 의식은 그 여운으로 깨어나
모든 이들이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갈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시의 추억들을 쓰다듬으며
뒤쳐진 아픔을 감싸쥐었다


삼백 년 산 회화나뭇잎이 이방인의 마음처럼
내 어깨 위로 내려앉을 때에도
나는 그 울림 속에서 시의 불꽃을 발견해냈다
온몸으로 웃으며 온몸으로 흐느끼는 시의 비명을
내 영혼의 빈자리에 채워 넣었다


마흔과 쉰 사이에도 나는 시를 버리지 못했다
전쟁과 기아로 매일매일 학살되는 무수한 아이들의 영전 앞에
그보다 더 많은 피와 눈물을 쏟으면서도
냉혹한 세상 창문 모두 열어지고 시를 받아들였다
시와 함께 더 낯선 도시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었다


시가 나를 죽이면 나도 나를 죽였다
죽이고 죽이면서 나는 사막처럼 강해졌다
강해진다는 건 살아있는 고통이며 비난이지만
죽음으로 그을린 광활한 시어들 속에서
섬뜩한, 피범벅으로, 모든 걸 새롭게 견디며
푸른 식물처럼 쭉쭉 뻗어나갔다


마흔과 쉰 사이에도
나는 위대한 시인들을 그리워하며
시는 죽었다!고 포효하는 사람들 속에서
힘차게 시의 탄약을 장전하고
시공을 초월해 날아가는 시의 방아쇠를 당겼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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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p>쉰과 예순 사이에도</p>
<p>나는 시를 버리지 못했다.</p>
<p>날마다 시의 탄약을 장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p>
<p>실은 장난감총으로 위장하고 있을뿐....</p>
<p>사회의 도처에서 일어나는 모순과 사고에도 </p>
<p>장나감총만 들고 서성일뿐,,,</p>
<p>시 한 줄도 쓰지 못했다.</p>
<p>세월호 같은 너무 큰 덩치의 슬픔 앞에서는 감히 </p>
<p>시의 탄약을 장전할 수도 없었다.</p>
<p>슬픔은 감상하는 것이 아니므로.....</p>
<p>&nbsp;</p>
<p>쉰과 예순의 사이에도 </p>
<p>시를 위한 시를 쓴다고 위선을 떨고 있을 것이다.</p>
<p>가끔 내 시들이 말장난 같은 쓰레기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p>
<p>날마다 장난감총 방아쇠를 당기는 척, 할 것이다.</p>
<p>&nbsp;</p>
<p>시인앨범에 나의 치부를 들킨 것 같습니다.</p>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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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정 영애 시인 의 패러디 시가 더 좋습니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