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한 포대/ 박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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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한 포대 / 박후기
천일염 한 포대, 베란다에 들여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누런 간수 포대 끝에서 졸졸 흘러내립니다. 오뉴월 염밭 땡볕 아래 살 태우며 부질없는 거품 모두 버리고 결정(結晶)만 그러모았거늘, 아직도 버릴 것이 남아 있나봅니다.
치매 걸린 노모, 요양원에 들여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멀쩡하던 몸 물먹은 소금처럼 녹아내립니다. 간수 같은 누런 오줌 가랑이 사이로 줄줄 흘러내립니다. 염천 아래 등 터지며 그러모은 자식들 뒷짐 지고 먼 산 바라볼 때, 입 삐뚤어진 소금 한 포대 울다가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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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향숙님의 댓글
김향숙 작성일
<p>사물에서 사람으로 아름답게 건너간 시적 흐름이 부러울 뿐입니다.</p>
<p>때가 때라서 더욱.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