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쓰는 시/ 서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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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아래 살 태우며 부질 없는 거품 도무 버릭 결정(結晶)만 그러모았거늘, 아직도 버릴 것이 남아있나 봅니다.
강이 쓰는 시
-낙동강 · 415
서태수
강물은 흐르면서 일 년 내내 시를 쓴다
바람 잘 날 없는 세상
굽이마다 시 아니랴
긴 물결 두루마리에 바람으로 시를 쓴다
낭떠러지 떨어지고 돌부부리에 넘어진 길
부서진 뼛조각을 물비늘로 반짝이며
수평의 먼동을 찾아 휘어 내린 강의 생애
온몸 흔들리는 갈대숲 한 아름 묶어
서사는 해서체로, 서정은 행서체로
시절이 하수상하면 일필휘지 초서체다
비 섞고 눈을 섞고 햇볕도 섞은 시편(詩篇)
파고(波高) 높은 기쁨 슬픔
온몸으로 새겼어도
세상은 시를 안 읽고 풍랑(風浪)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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