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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쓰는 시/ 서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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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2,085회 작성일 14-09-03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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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아래 살 태우며 부질 없는 거품 도무 버릭 결정(結晶)만 그러모았거늘, 아직도 버릴 것이 남아있나 봅니다.

 

                                                                              

강이 쓰는 시

                -낙동강 · 415

 

 

서태수

 

 

강물은 흐르면서 일 년 내내 시를 쓴다

바람 잘 날 없는 세상

굽이마다 시 아니랴

긴 물결 두루마리에 바람으로 시를 쓴다

 

낭떠러지 떨어지고 돌부부리에 넘어진 길

부서진 뼛조각을 물비늘로 반짝이며

수평의 먼동을 찾아 휘어 내린 강의 생애

 

온몸 흔들리는 갈대숲 한 아름 묶어

서사는 해서체로, 서정은 행서체로

시절이 하수상하면 일필휘지 초서체다

 

비 섞고 눈을 섞고 햇볕도 섞은 시편(詩篇)

파고(波高) 높은 기쁨 슬픔

온몸으로 새겼어도

세상은 시를 안 읽고 풍랑(風浪)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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