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지팡이/김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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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지팡이/김필규
아침밥만 먹고 나면
현관 구석에 선 지팡이가 어머니를 불러낸다
지팡이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길을 간다
망백(望百)의 무게를 대신 지고 간다
지팡이가 어머니를 이끌면
어머니는 산통을 느끼면서
잉태한 길을 출산하면서 간다
가다가 길이 꺾어지면 지팡이가 꼿꼿이 서서
어머니를 앉힌 뒤 저는 누워서 쉰다
지팡이는 날마다 굳은 땅을 찔러댄다
어머니가 묻힐 땅이 얼마나 단단한가 재어 보는 것이다
지팡이에 의지하기 전 어머니는
진흙길이거나 돌길이거나 길 없는 가시밭길을 걸어왔지만
멀리 걸어온 그 길들 생각에 이 시멘트 길을 좋아한다
스테인리스 지팡이에 무너져 가는
생이 매달려 헐떡거릴 때마다
어머니 깊은 숨소리는 지팡이가 받아 땅에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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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진여님의 댓글
이진여 작성일<p>어머니..</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