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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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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여
댓글 0건 조회 1,916회 작성일 14-09-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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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백무산

 

장마 닥치기 전에 끝장을 보자고 미련을 떨었다

몸살약도 미리 먹고 코 막고 곰국도 먹고

밤잠 잊고 약속 잊고 끝은 보긴 봤는데

과다적재에 과부하다 관절이 열받아 들러붙을 참이다

근육이 영 식지 않을 작정이다

 

그냥 두었으면 고장날 퓨즈

사나흘이면 갈아끼웠을 걸 몇달 고생했다

그래서 몸살 몇봉지 내 몸에 슬쩍 끼워

요긴할 때 쓰라고 주셨나보다

처방 전을 잘못 읽었나보다

 

그대를 보내고 생각하니

세찬 여울물 흘려보내고 찾아온 고요가 들뜬다

무엇에 들린 게 분명할 터

눈치없이 끓어넘친 늦은 열정이 수상하다

되짚으니 그게 병이었나

내 생의 한철 빙하기에

피가 얼어버리지 말라고 발열스팀을 넣은 몸살이었나

 

요긴하게 쓰라고 주신 약이었나

이리 귀한 몸 어디에 쓰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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