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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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백무산
장마 닥치기 전에 끝장을 보자고 미련을 떨었다
몸살약도 미리 먹고 코 막고 곰국도 먹고
밤잠 잊고 약속 잊고 끝은 보긴 봤는데
과다적재에 과부하다 관절이 열받아 들러붙을 참이다
근육이 영 식지 않을 작정이다
그냥 두었으면 고장날 퓨즈
사나흘이면 갈아끼웠을 걸 몇달 고생했다
그래서 몸살 몇봉지 내 몸에 슬쩍 끼워
요긴할 때 쓰라고 주셨나보다
처방 전을 잘못 읽었나보다
그대를 보내고 생각하니
세찬 여울물 흘려보내고 찾아온 고요가 들뜬다
무엇에 들린 게 분명할 터
눈치없이 끓어넘친 늦은 열정이 수상하다
되짚으니 그게 병이었나
내 생의 한철 빙하기에
피가 얼어버리지 말라고 발열스팀을 넣은 몸살이었나
요긴하게 쓰라고 주신 약이었나
이리 귀한 몸 어디에 쓰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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