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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 수라(修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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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여
댓글 1건 조회 2,380회 작성일 14-09-19 18:41

본문

 

수라(修羅)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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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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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거미 시를 보듯 백석시인은 너무나 마음이 따뜻한 시인이지요. 그래서&nbsp;여러번 사랑하는 여인 도 놓쳐 버리고&nbsp;...</p><p>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nbsp;'길상사'&nbsp;만이 그를 사랑했던 여인의 흔적이지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