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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쉬’ 사이 / 이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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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2,136회 작성일 14-12-29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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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뫼 44집 282쪽


‘시’와 ‘쉬’ 사이

                                          이진여


삼겹살에 수다가 얼근해지자 농 잘 치는 철물점 박씨 외출하는
부인 보고 또 시 하러 가냐 놀린다는 말에 시 인지 쉬인지 헷갈린다
고 한마디씩 거드는데 시 한 편이 쉬 한 번 하는 그만큼 됐으면 좋
겠다 싶은데 갸륵하게 번역된 노숙에게 소주 한 잔도 아닌 별 세 개
무상으로 걸어 놓고 하늘 별 숫자만큼 벌어들인다는데 아파트에 자
동차만큼 시를 쏟아낸들 은하수 별 하나로도 흐르지 못해 옆집 해
병대 퇴역 군인 등단에 닿아도 내 귀는 더 이상 발기하지 않는데 시
가 밥 멕여주냐 하릴없는 남편 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 나설
때 눈 시린 설악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앉는 동해 내 어느 살갗에라
도 스며온 설움 같은 것 들 무슨 파동처럼 시 몸살이 일어 그 속으
로 모락모락 흘려보내고 허물어지는 몸 하나 팽팽히 당긴다면 난생
북어처럼 뻣뻣하던 남편 슴슴하게나마 주억거릴텐데


쉬 같은 시 한 편 누거나 영원처럼 허망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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