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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은 녹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 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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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1건 조회 2,004회 작성일 15-01-12 20:51

본문

 

눈사람은 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조 원

 

나비를 보지 못했다

나비는 어디 있는가

 

여기는 온통 겨울이라서

뒹굴지 않으면 흩어지는 눈발이라서

나는 꽁꽁 언 눈사람이라서 

 

전지전능한 장갑에게

묻는다. 검은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고

눈사람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몸집을 더 크게 지어달라고

눈에 눈을 묻혀

냉각된 슬픔의 분말을 쌓고 쌓으면서

기도 올린다. 내 몸을 다지고 두드리는 손바닥에게

두 개의 단추 구멍 사이로

나비를 보게 해 달라고

 

그대는 알고 있을까

눈사람은 겨울이 만들어 낸 허상이란 걸

결빙의 마음으로 세상을 굴러도

결국 종말을 볼 수밖에 없는 사람

 

눈<雪>은 눈물로 존재할 수 있다

설경은 바다로 흘러갈 수 있다

그대는 왜,

슬픔의 성분으로 사람을 만들어

꽃을 가로막는가.

 

탁자에게서 나무를 빼내고

담벼락에게서 돌을 빼내고

결빙의 사람에게서 눈물을 빼내어

나, 무지로 돌아가고 싶네

 

그대 두 손으로

어설픈 설체<雪體>를 지으셨다면

내 황홀한 임종을 위해

나비를 만들어 오라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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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자님의 댓글

이은자 작성일

<p>시 감상에 무지한 나 지만,</p>
<p>&nbsp;마지막 두 연은 알아들을 수 있었소이다.</p>
<p>거듭 감탄 합니다 마는 </p>
<p>시인들은 참 대단한 감성의 사람들이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