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title05.gif

철조망에 걸린 편지 / 이길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정영애
댓글 2건 조회 1,995회 작성일 15-06-18 18:47

본문

 

어머니,

거친 봉분을 만들어준 전우들이

제 무덤에 철모를 얹고 떠나던 날

피를 먹은 바람만 흐느끼듯 흐르고 있었습니다

총성은 멎었으나

숱한 전우들과 버려지듯 묻힌 무덥가엔

가시면류관

총소리에 놀라 멎은 기차가 녹이 슬고

스러질 때까지 걷힐 줄 모르는 길고 긴 철조망

겹겹이 둘러싸인 덕분에

자유로워진 노루며 사슴들이

내 빈약한 무덥가에 한가로이 몰려오지만

어머니,

이 땅에 허리를 그렇게 묶어버리자

혈맥이라도 막힌 듯 온 몸이 싸늘해진 조국은

굳어버린 제 심장을 녹일 수 없답니다

우리들의 뜨거운 피를 그렇게 마시고도

더워질 줄 모르는 이 땅의 막힌 혈관을

이제는 풀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식어버린 제 뼈 위에 뜨거운 흙 한 줌 덮어줄

손길을 기다리겠습니다.

무덤가에 다투어 피는 들꽃보다

더 따뜻한 손길을.

댓글목록

profile_image

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p>6월입니다.</p>
<p>메르스로 인해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요..</p>
<p>또 무엇을 잊고 있는지요.</p>
<p>다음 주가 6.25입니다.</p>
<p>거친 봉분 속에 억울하게 누워있는 청춘들이 있어</p>
<p>지금, 우리가 있습니다.</p>
<p>슬프다기보다는 아픈 시입니다.</p>
<p>&nbsp;</p>
<p>&nbsp;</p>

profile_image

정명숙님의 댓글

정명숙 작성일

<p>


호국보훈의 달을 상기시켜주는 철조망에 걸린 편지 잘 읽고 갑니다.</p><p>호국영령을 위해 묵념...<b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