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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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의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문 앞에서
문 뒤에서 머뭇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기에
등불 이리 밝은가
나의 그림자 이리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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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p> 이 시를 다 읽고 나니 생뚱맞게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르네요.</p>
<p>내가 왜 이러지?</p>
<p>어둠의 유일한 빈틈.....</p>
<p>가끔은 내가 통째로 어둠 덩어리일때..</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