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관한 기억 / 나희덕
페이지 정보
본문
숲에 관한 기억 / 나희덕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젖은 나비 날개의 지분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 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터는 소리를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은 소음이라고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정말 그 숲이 있었던가
그런데 웅웅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
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
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
- 이전글와중 / 박후기 15.08.27
- 다음글무서운 나이 / 이재무 15.08.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