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title05.gif

숲에 관한 기억 / 나희덕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노금희
댓글 0건 조회 1,978회 작성일 15-08-27 11:31

본문

 

 

숲에 관한 기억 / 나희덕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젖은 나비 날개의 지분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 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터는 소리를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은 소음이라고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정말 그 숲이 있었던가

 

그런데 웅웅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

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

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