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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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
고 은
지리산 치맛자락
구례 산동
구례 산동 계천마을
산수유마을
아직 봄이 아닌데
산수유꽃 사태졌네
60년 전
여순사태 그때
14연대 반란군이
지리산으로
지리산으로 들어갔는데
그 빨치산들에게
밥해주었다고
밥해줄지 모른다고
마을 남정네 데려다 죽이고
아낙들 죽이고
다 불질러버린 빈 마을 잿더미에
에라잇 에라잇
산수유나 심어버렸네
아직 봄이 아닌데
뒤덮여 산수유꽃
소경같이
귀머거리같이
반벙어리같이 힝힝힝힝 피어났네
전라선 낮차 이등실 타고 가며
아름다운 마을이라 신선의 거처라 누가 말하네 그렇기도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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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은자님의 댓글
이은자 작성일
<p>너무나도 아름답고 슬픈 노래,</p>
<p>아름다움, 그 것을 만드는 이는 피를 토하듯 영혼까지 불질러야만 되고</p>
<p>보고 즐기는 이야말로 행복한 법 아닐까요</p>
<p>전원생활이 낭만적이라 누가 말 하리오</p>
<p>그 전원을 딛고사는 사람의 수고는 아무나 못하죠.</p>
<p>그저 보는 이에게만 낭만일 거예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