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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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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910회 작성일 13-05-1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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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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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을 뒤지다가 못에 찔렸다

언젠가 육교를 오르다 마주친 못은

가방 속에서 손가락을 겨냥하고 있었다

못의 본능은 찌르는 것, 어딘가 박혀야한다

파고들어 하나가 돼야한다

 

내 발바닥은 오래 전에 빠져나간

못 하나를 기억한다

널빤지에 박힌 대못이 달리는 맨발을 찔렀다

쇳독이 종아리까지 기어올라

할머니는 생솔을 꺾어 화로에 연기를 피웠다

어린 나는 젖은 연기에 발을 쬐며 진저리쳤다

 

 

못구멍을 타고 저릿저릿,

매운 솔잎 기운이 온몸으로 퍼졌다

잠깐, 못이 박혔다 나갔을 뿐인데

그 구멍 하나를 참지 못해

나는 몸이 시키는 대로 한참을 앓았다

 

녹슨 못을 꺼내 들여다본다

어디서 흘러왔을까

망치에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못대가리가 헐었다

제 머리통을 순순히 내주는 것, 역시 못의 본능이다

 

 

못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목수인 아버지가 내게 물려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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