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포옹 / 정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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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꽃이 되고 싶다
그들만의 포옹 / 정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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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개진 유리컵 두 개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남세스러운 줄도 모르고
한 유리컵이 또 다른 유리 컵을 꼭 껴안고
놔 주질않는다.
입이 곧 몸인 저들의 사랑이 속속들이 아름다워
위태로운 한 몸이 다른 한 몸 속에서 저렇게 열중하다니
누군가 말했다 위의 컵에 찬물을 붓고
아래 컵을 더운 물에 담가 놓으면 빠진다 했다
이미 한 몸이 되어 눈먼 저들에게
찬물과 더운물의 극적인 만류는
싱거운 이별일 뿐이다
조심스레 다시 돌려 보기도 하지만
뜨거운 신음으로 더 깊이 끌어안는 저 간절함
살면서 한곳에 목숨 거는 일이 어디 흔할까
온몸이 부서져라 포옹하고 있는 저들이 끝이
파멸로 치닫는다 해도 저 집중한 사랑을
도저히 말릴 수가 없다
저들의 포옹을 조심스레
재활용 봉투에 담아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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