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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질 하기/ 이 동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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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575회 작성일 13-05-1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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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질 하기

이 동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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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린다

비쩍 마른 몸뚱이에 촉촉한 사랑을 뿌린 다음

쳐진 어깨부터 힘주어 세워 준다

처자에 노모까지 업힌 후줄근한 등판을

누석구석 매만진다

잔디밭처럼 매끄러워진 거기에 누워 쉬고 싶다

가슴에 달린 호주머니엔

오후의 커피처럼 피로가 녹아 있다

그 때 단추 하나가 흐르르 올리 풀린다

용서하자

그 여자와는 정말 차만 마신 사이였을 거야

단단하게 달아 둔다

퍼런 동맥처럼 불끈거리는 고집장이 소매 주름!

꾹꾹 눌러 지워 놓고

앞니보다 먼저 웃어줄 하얀 칼라를 다린다

목에 힘주고 사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세월이 가르쳐 줬어

낡은 목덜미가 평안하다

다림질을 끝내고 옷걸이에 걸자

팔이 슬쩍 내 어깨를 안는다. 따스하다

비누 내 풍기는 그의 맨살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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