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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얼굴 / 정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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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597회 작성일 13-05-2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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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얼굴  / 정영애

 내 마음 속 깊은 곳

언제나 어스름 저녁 같은 부뚜막엔

고구마 삶던 냄비 하나 아직 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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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흠집이 많은 고구마만 떨이로 사서

폭설에 갇힌 긴 겨울날을 뭉근하게 익히던 그녀

갓 삶은 고구마 냄비를 놓고 온 식구가 둘러앉으면

달개비 꽃처럼 환해지던 단칸방

허겁지겁 밀어 넣는 허기들이 목구멍마다 걸리면

그녀의 궁핍한 손이 억세게 등을 두드리고

명치에 걸린 가난이 소란하게 내려가던

늦겨울 오후

 

기억을 감추듯 고구마는 더욱 붉고 단단해져

더 이상의 누추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겨울이면 내 안의 저 컴컴한 부뚜막 한 구석엔

고구마 뜸들이는 내 진종일 퍼지고

목단꽃 아롱지게 피어 있는 이불 밑에

그녀 혼자 언 고구마처럼 물러져 가는데

상처투성이 몸 붉은 것만 보면 자꾸 삶고 싶어지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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