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title02.gif

꽃을 위한 노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화국
댓글 0건 조회 1,477회 작성일 02-09-26 21:13

본문

꽃을 위한 노래

꽃은 피려고 있는 것이지요
꽃은 지려고 있는 것이지요
피고 지는 일 없이 어찌
열매 달려 익겠습니까?

꽃은 꺾이려고 있는 것이지요
가장 큰 기쁨을 위하여
가장 깊은 슬픔을 위하여 꺾이는 일
꽃이 언제 마다 했습니까?

그리하여 웃음에도 울음에도
남을 위해 꺾이는 일
꽃은 순종하는 마음 어여쁩니다

꺾이지 못한 꽃이
비바람에 말 없이 흔들리는 것은
사랑의 손길 다가 올 그 날 그 때
기다림 때문입니다

외로움 뒤에 감추고
기다림은 앞섶에 세우기에
시듦에서도 향기는 무성합니다
흑암에서도 그 향내 맡아
꽃이 살다 간 자리를 우리는 압니다

꽃이 살다 간 빈 자리 향해
지금 머리 숙이는 이들 있습니다
모든 이의 묵념 속엔 꽃이 있습니다.

2002. "시의 나라" 가을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