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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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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화국
댓글 0건 조회 1,710회 작성일 02-09-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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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바보인가 봐
더울 땐 옷을 입고
추울 땐 옷을 벗고

나무는 바보인가 봐
아이들이 올라 타고
귀찮게 해도 이사 안 가고

나무는 바보인가 봐
한 팔 꺾으면 다른 팔도
꺾으라고 말 없이 내어밀고

떼 쓰고 말 안 듣는 나와 내 동생
먹이고 입혀서 키워주시던
부모님 바보 같은 모습을
너는 꼭 닮았구나

바보 아니면서 바보 시늉
고마운 나무야
상처 안고 껑충 자란 모습
한여름 네 그늘에 쉬기도 하고

가을엔 네 발 밑에 예쁜 낙엽
주워 입 맞추면서
말 없이 지켜주던 사랑에
고개 숙인다

바보인 너에게
마음 숙인다.

2002년 "해동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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