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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뫼 원고 10편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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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경자
댓글 0건 조회 1,835회 작성일 02-10-01 17:39

본문

추녀 끝에서 눈송이가 말하길...

하늘 가득 설레임
포실 포실
눈부신 꽃으로 태어날 적,

나풀거리며
하얗게 하얗게 눈 흘겨
자만했었노라.

입 벌려 반기는 자들-매료시킴
환희에 빠져
뽐내며
내가
곧 우주라 하였노라.

지붕 위 따스한 사랑
태양 받아 마시며

깨달았노라.

쉼 없이 거듭나야 한다는 걸...

아기자기한 도랑 되어 졸졸졸 정다워지리라
도량 넓은 강이 되어 깊게 흘러가리라
푸르게 푸르게 멋진 바다도 되어보리라

추녀 끝
사르르
눈 깜빡이며 녹아내리는
재잘거림
사방에 퍼져 나간다.

똑-똑-똑
-또독 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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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날든 달리든 걷든 기든
누웠든
하루를 살아냈다는 건
대단하다. 하여
화려한 빛깔 모르는 백발의 어미
쭈그려 앉아
어둑한 문밖 눈총주며
자식 맥 풀린 발자국 소리에
그저 아프고
골 깊어짐이 안쓰러워
눈자위 점 점 벌겋게 물들어간다
펑펑 울어대지 않는
곰삭히는 붉은 사랑
하늘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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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내 준다
다 준다
채워준 은공 헛되지 않게
쉬지 않고 고뇌 한다
힘들어도
입속 단내 용서치 않으며
늘 신선하게
청상이셨던 할머니
손자손녀 털끝만큼의 아픔에도
한달음에 내달리던
청명한 情 닮았다.
한 목숨 다 바쳐
썩지 않도록 지켜주는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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綠陰(녹음)

연둣빛
여릿여릿 자라나온 여정
더 이상은
하늘에 닿을 수 없는 한계성
곱게 물들어 갈 일만 남았는가?
고뇌
짙푸른 고뇌가
그늘 되어 퍼져만 가는데...
눕는다
모두가 녹색 융단에 눕는다
유혹의 거품 잠재운
편안한 중성,
어머니의 품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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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돌아보자

줄기는 소원 한다
끊임없이 뻗어 나가기를
더러 방향 잃어도
현기증 양식 삼아 쉼 없다
중간 중간 얕은 뿌리
삶의 근원 찾아 헤매다.
잡아당겨도 끌려들지 않는
속성아
잠깐 멈추어
야위어진 원뿌리의 살뜰한 울림
귀에 담을 일이다 가끔은.
고향 걱정에 좁게 맴도는 실팍한
그들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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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려오는 사랑


-고추 꼭지를 따내며...-

32kg밖에 안되는 몸
-동그랗게 휘말린 등허리.
금이야 옥이야
만지작만지작
닦고 또 닦으니,
거친 손 끝
꽃으로 피어나는 고추들.
하루 종일-이리 저리
해바라기 되면 어떠리
우리 자식들 맛깔스런 김장김치, 고추장, 막장...

-길쭉길쭉
광채 나는 산더미를 바라보다
속이 아려 오며-빨간 눈물.
머쓱한 표정되어
널 쓰다듬는다.

와삭와삭
물기 스친 흔적 없이
벨 벨
꼬여
퇴색된 널
분리시켜 덤통에 버리러 가는 길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던 고추 꼭지!
경고 내린다
에취

다시 한번 더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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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의 미학(美學)

꽉 채웠다 치솟으면
허공
대롱거림이 입 벌려 조여 오고,
숭숭 뚫린 거미집이라.
날갯짓에 해 저물어도 새가 될 수 없음이니.
내리자
하늘 폭 빠지는 눈꽃 땅에서 스미는 고백을 하고,
맴돌던 먼지 누워야 손길 닿는다.
눈 가리고 아옹 말고,




오뉴월엿가락바닥에들러붙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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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소야

코뚜레 뚫리기 싫어, 철썩 소리 나기
전에 알아서 달린다. 다리 흔들흔들
입가 단내 풀풀 거품이 흐르다. 해님
중천에서 헉헉대 그늘로 피하니, 가로
막는 그림자 하나. “자신부터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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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나비마저 외면하는 계절 끌어안아
꽃 없어도 실속 있음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푸르름.
단단한 자존심 혹이 되어
여기저기
세상을 향한 삿대질-반란이라 했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단단함을
왜 그리 여러 개 키워갈까?
보일 듯 말 듯
발그레 붉어지기 여러 날
달큼하게 살찌운
열린 틈 사이 개미가 들락거린다.
눈에 띄게
세상을 향해 몰랑거리는 마음
입안 가득 차오르게
헤아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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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삶을 위하여...

살아 숨쉬는 총천연색!
고결한 지저귐이
아침을 여는 그곳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지?

무서운 깊이
-소용돌이
지난 뒤에야 도착한다네.

소담스런 목선하나 만들리라
뚝딱-뚝딱
어느덧
반백(半白)이 되었구려.

오래 전
무릉도원에 도착했다는 재빠른 그들
손에 들꽃을 쥔 채,
출발선인 이곳
흠모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음은?......
이곳도 무릉도원(武陵桃源)인 게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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