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두타연* 물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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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케 여기까지왔구나
퍼렇게 멍든 가슴
탈북소녀들처럼 수다 떨고 있구나
저릿저릿 발아래 지뢰를 묻고
사지를 비틀고 섰는 나무들 사이로
숨죽이며 왔구나
휴전선 넘다가 보니
60년 눈감지 못한 푸른 영혼들이
마타리꽃 , 칡꽃 되어 자근자근 입술 깨물며
들판에 흐느끼며 서있고
철조망에 찔린 피 묻은 바람들이 머리 푼 채 ,
허공을 쏘다니고 있더라고
금단의 구역까지 맨발 도망쳐 온
안개꽃 탈북 미녀들이
흰 이빨 달싹이며 해종일 숲 속에서
재잘재잘 이마를 맞대고
천기를 누설하고 있다
*두타연 : 양구에 있는 민통선안에 있는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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