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테마시 - 박대성 - 영랑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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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열 두 폭 , 설악의 스란치마에 앉으면
아무런 연유도 없는 쓸쓸함이 어디서 오는 건지
보이는 것은 그저 출렁이는 물결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말도 출렁이는 물결의 그림자일 뿐
호수와 하늘을 섞어 짠 담회 빛 스란 자락 충혼비 옆에 앉는다 .
이 비를 헹구면 어떤 진액이 흐를 것 같고
죽어서 무엇이 된다함을 믿은 사람 하나 걸어 나올 것 같다 .
통천군 사람 좋은 이 , 여남은 이가
反共하다 산화한 노방초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호수의 기슭은
물새들이 앉아 제 흥에 겹다 .
란도 , 여도 , 마양도 …
천국일 것 같은 그 곳에서 날아온
물새 한 마리 비문을 읽는다 .
검은 돌에 이름을 박아 넣은 ‘ 진손부치 ’ 라는 사람을 생각해 본다 .
거란이나 여진 혹 말갈 , 발해 사람이었지 모를 그가
고려 사람을 좇아 고려인들의 반공을 돕다가 목숨을 건네주었 을 것이다 .
복잡한 생각 없이 좋아하는 친구 따라 강남 왔다가
그저 그 친구 일을 돕다가 목숨을 져버린
남자들의 무구한 우정에 대해 생각해본다 .
우정이란 역사의 무엇인가
여기 , 생각이 출렁이는 정원
영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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