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테마시 - 권정남 - 속초엔 속초역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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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사진 속 속초 역은 물밑처럼 고요한데
민족의 붉은 피 덜컹 거리며 달리던 원산행 기찻길
그 검은 레일 누가 걷어버렸는지
면도날 같은 아픔 서로 나누며 열차에 오르던
가슴이 허전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썰물처럼 개찰구를 빠져 나오던 사람들은
속초 바닷가 어디쯤서 모래알로 흩어졌는지
총성이 멎은 수복지구엔 아직도 해당화는 피고 지는데
고깔지붕의 불란서식 건물 ,
속초역을 누가 기억은 하고 있는지
60년 , 빛바랜 사진 속에서 웃고만 있는 살붙이들
잡풀처럼 자란 수북한 그리움이 혓바늘처럼 돋아나고 있는데
속초시 수복로 254
꽃다방 건너편 , 역이 있던 자리엔
이층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주차장 뒷마당엔
검은 비닐봉지만 아직 , 울음처럼 뒹굴고 있는데
속초엔 속초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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