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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조영숙 - 뜻밖의 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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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78회 작성일 15-01-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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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을 맞춘다
‘6시간 15분 후에 알람이 울립니다’
작은 글씨로 안내문이 뜬다
잠의 시간을
분 단위로 알려주는 스마트한 수탉 앞에서
내 몸뚱이는 사족 같다
어느 날 내안에 들어온 네가
스물 네 시간 동안
86,400번 알람을 울려대던 날엔
한 편의 시처럼 간결했던 하루가
손톱만한 고요도 없이 그리움으로 빽빽해져
밤과 낮의 모퉁이마다
새로운 꽃밭이 생겨나곤 했었다
전하지 못한 본문들이
묶음으로 버려지던 날들 지나고
내 입술엔 더 이상의 추신이 없는데
천천히 깊어오는 주름
잠시 머뭇거릴 때면
여윈 가슴속에서
뜻밖의 고백처럼 네 이름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