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1999년 [시-김춘만]칡덩굴이 밭둑을 넘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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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산에서 내려온 칡덩굴이
밭둑을 넘었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줄기가
한꺼번에 덤벼드는 것이
거대한 몸통의 짐승에게 도전하는
작은 미물들인 것 같기도 하고
전신으로 파고드는 아픔인 것도 같아
맹렬한 기운을 느낀다.
이러한 기분은 감기를 앓을 때도 그렇고
무엇을 지독하게 그리워할 때도 그렇다.
우리의 가슴도 밭과 같아
산에서 내려오는 칡덩굴 하나쯤은
만만하게 기다려도 보지만
한꺼번에 몰려들어 칡꽃 가득 피우면
전신이 아뜩해진다.
밭둑을 넘었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줄기가
한꺼번에 덤벼드는 것이
거대한 몸통의 짐승에게 도전하는
작은 미물들인 것 같기도 하고
전신으로 파고드는 아픔인 것도 같아
맹렬한 기운을 느낀다.
이러한 기분은 감기를 앓을 때도 그렇고
무엇을 지독하게 그리워할 때도 그렇다.
우리의 가슴도 밭과 같아
산에서 내려오는 칡덩굴 하나쯤은
만만하게 기다려도 보지만
한꺼번에 몰려들어 칡꽃 가득 피우면
전신이 아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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