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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김춘만]어머니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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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24회 작성일 05-04-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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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하다.
이런 말로 시작하는 것은 금기다.
무거운 팔 하나를 가만히 들고 있는 일만큼
힘든 게 있을까.
생각이란 것도 매양 그런 것이다.
‘어찌하다’라는 단순한 말도
한참을 쳐들고 있으면 사지가 힘들어진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방에
아주 작은 것들도
꽃으로 꽂아두셨다.
그렇게 꽂힌 것이 혼자 피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자고 나면 내 곁을 떠나는구나.
떠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슬그머니’
어머니는 눈 깊은 속에 꽃을 담았다.
세상의 꽃이란
그렇게 속을 내보이지는 않는다우
너무 깊숙이 눈 속에 들어와서
사라지는 것
어머니는 세상의 꽃들을 그렇게 간직하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