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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권정남]내 그림 매화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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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68회 작성일 05-04-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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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 풀어 놓고 매화를 그린다
내 삶의 물 속에 붓을 담그듯
아름드리 고목을 세우고
허공에 몇 개 잔가지를 걸치다가
어둠처럼 입벌리고 있는 나무 기둥에
딱따구리 집을 그려 넣는다

그러다가
숨죽이며 봉오리 채 지는 꽃
흔들리듯 기우는 꽃
만개한 홍매화를 점점이 그리다가
나를 내보이듯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내 그림 매화를 보고
사람들은
벚꽃이라고 우기며 무성히
입질을 한다

살을 찌르는 듯 추위를 견딘
내 그림 매화를 보고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