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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수필-서미숙]작은 미소를 주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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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73회 작성일 06-01-3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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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시작이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려 부랴부랴 서둘러 차 시동
을 건다. 일 초 일초 초를 다투는 아침시간 오늘은 시내로 갈까 아니면 가
던 길로 갈까 우리 집에서 아이 학교를 데려다 주는 시간은 왕복 십사분
차가 막히면 이십분쯤 조금 늦어지면 이 좁은 도시에서도 교통 체증이 빚
어진다. 서울에 비하면 세 발의 피 만큼이라지만 그 순간의 아침이 늦어
지면 시간은 배가되어 엄청나다. 차에서 내려주는 시간이 이분 전만 해도
지각을 면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내려놓고 아이의 학교 담을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
일 그녀를 만난다.
그녀를 만나는 시간은 아침 8시20분에서 23분사이다.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그녀가 보인다.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내
가 눈이 좋아 멀리서도 그녀를 알아볼 수만 있다면 그 호기심이 덜했을지
도 모르는데 노화의 눈 때문에 하루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이니 그리 슬퍼
하지는 말자. 멀리서 형체만 보여도 그녀임을 난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
다. 뒤차에게 미안은 하지만 딴청을 부리며 슬슬 엑세라타를 놓으며 간다.
난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녀임을 확인하고 다시 엑세라타를 밟는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의 모습은 섬 머슴아 같았다. 나이는 스물 두 어
살 젊은 처녀 같은데 정말 촌 시럽다. 내가 그녀를 본 첫 느낌이다. “세상
에 안 꾸며도 저리 안 꾸미나?”요즘 사람도 저런 사람이 있나 싶었다. 머
리는 다듬어지지 않은 생 단발, 옷은 빛바랜 베지 색 점버 바지는 물이 빠
진 청바지 그리고 거의 남자아이들이 신는 남녀 공통 랜드로바 다 빛이
바랜 색 들 이다.
아침마다 나는 차에서 그녀는 걸어오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늘
자신감이 차있는 걸음걸이 극히 드문 촌시러움을 하고도 저리 당당하게
걷고 있는 그녀가 참 궁금했다. 직업은? 나이는 애인은 등등으로 호기심
을 유발하는 그녀, 매일 나와 스치는 그 시간을 그녀도 아는 듯 모르는 듯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지나간다. 2년 동안 한번도 눈은 마주치지 않고 말
이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시간 나에게 웃음을 주는 그녀 그 골목에 그녀를
보는 순간순간이 재미로 느껴진다.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왜 없지 하고 보
면 역시나 멀리서 그녀는 또 어울리지 않게 모습은 군인처럼 당당하게 박
자를 맞추며 걸어온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
로 우산 하나 더하고 늘 그 차림새다.
그녀를 못 만나는 시간은 방학 때이다. 나도 그녀도 그 길을 갈 일이 없
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 생활에서 기억 할 만큼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작은 일부도
차지하지도 않는다. 그 시간 그 자리 그 길을 지날 때면 생각나 어김없이
궁금해지고 멀리서 오는 당당한 모습에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
는 내 일상에서 잊혀진다.
그런데 어느 날 멀리서 오는 모습은 분명 그녀인데 모습이 조금 달라져
있다 이상하다
분명 그녀였는데 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머리를 퍼머를 했다. “어디서
저런 퍼머를 했지“
전형적인 아줌마 퍼머 곱슬곱슬 퍼머다. 푸하하하하~막 웃었다 그녀가
올쯤 애써 딴청을 부리며 외면했지만 왠지 그녀의 모습이 더 당당해 졌
다.”에고~저 퍼머 한 모습 때문일까”
“아휴~좀 멋을 부리지”연두색 바바리도 하나 샀나보다 이왕이면 같은
색 계열로 입지 여전히 신경 쓰지 않은 모습 아니 그녀는 나름대로 멋을
낸 것 같다. 그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오늘은 조금 더 신경 쓰면 좋을 것
을 하는 바램은 나만의 생각이지
여름이 오고 있다. 더위가 시작 될 무렵 여전히 그녀는 저 밑에서 걸어
온다.
그런데 오늘은 좀 뽀얀 기색이 보인다. 어~화운데션을 발랐다. 태양 빛
에 타지 않으려고 선 크림을 발랐나 보다. 생각했다. “어 좀 신경 쓰네~”
“머리도 하고 애인이 생겼나”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또 그녀의
모습은 변해 있다. 핑크색 루즈도 바르고“여름날에 웬 바바리 생전 벗지
도 않던 그 빛바랜 바지를 벗어버리고 원피스에 핑크색 바바리 웬일이지
“그래 머리도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오늘은 화장도 했다 눈썹도 그리고
눈가에 쉐도우도 그리고 볼 터치까지 옷은 새로 장만했다. 루즈도 샀나보
다 구두도 샀다. 비록 단화지만 피식 웃음이나온다. 2년 동안 바라본 결과
오늘이 최고야~그중 젤 낫다. “근데 꼭 예복 같다 결혼 했나 그녀도 날
의식했나?”“이렇게 매일 만나는데 의식할지도 몰라”“아니야 그런데 요
즘 심상치가 않아”매일 같은 신발 같은 옷 그런데 과감하게 퍼머하고 신
발 원피스 바바리까지 대단한 발전이야 거기다 화장까지 그녀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그래 가까이 보니 작은 체구 작은 키지만 화장기 있는 모습
이 귀엽긴 하다.
그녀는 그렇게 나의 아침을 작은 미소로 안겨주었다.
좁은 도로에 차가 엉키고 엉켜 짜증이 날 무렵 어김없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그녀가 나이가 몇인지 누구인지 나도 모른다. 아이에게 물어 볼
듯도 한데 나도 집에 오면 그녀를 잊기 때문이다. 그저 아침마다 스쳐 지
나가는 사람 중에 한 사람 일 뿐이다. 나 혼자만이 추측이지만 아마도 교
사 일 것이라는 생각뿐이다. 그리고는 하루, 하루 그 시간 그곳을 지나면
나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그녀 하루 순간이지만 네게 커다란 미소로
다가와 준다. 집으로 돌아와 차 시동을 끄면 그녀의 존재는 내 머리 속에
서 지워져 버리지만 몇 분의 그 시간 나에게 웃음을 던져주고 가고 있음
을 그녀도 알고 있을까?
웃음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심리학 에선 미소(微笑) 고소(苦笑:쓴웃음) 홍
소(哄笑) 냉소(冷笑) 조소(嘲笑) 실소(失笑) 등이 있다. 또 웃음은 신체적 자
극에서, 기쁨에서, 우스꽝스러움에서, 겸연쩍음에서, 연기(演技)로서, 또 병적
(病的)인 데서 오는 것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웃음의 원인이나 종류에 대해
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웃음은 횡경막의 짧은 단속적(斷續的)인
경련 적 수축을 수반하는 깊은 흡기(吸氣)로부터 생긴다. 일반적으로 유아(幼
兒)나 어린이의 웃음은 신체적, 감정적이다. 즉, 간지러울 때나 배설물이 나올
경우에 흔히 볼 수 있으며, 표현은 복잡하다. 아동기이후는 정신적, 사회적인
웃음이 많아지며 표현은 미소로 변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
송은 ,사람은 타인과의 협조 관계에서만 웃는 점으로 보아, 웃음에는 사회(인
간 사이의 연결 관계)를 형성하는 기능이 있고, 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
을 되 불러들이는 작용을 한다는 것, 그리고 웃음은 기계적으로 경직되어 보
이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행위나 말에서의 동 현상(動現象)을 발생시키는 일
등이 있다고 한다. 이렇듯 웃음은 인간이 기쁘거나 즐거울 때, 혹은 특별한 감
정이 들 때에 얼굴 근육을 움직여 일정한 표정을 짓는 반응을 일컫는 말이며.
뚜렷한 생물학적 목적이 없는 웃음의 유일한 기능은‘긴장으로부터의 해방’
이고 그래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웃는 동물’이라고 하였다. 또
한 오하이오 주립대의 낸시 렉커(Nancy Recker)교수는“웃음은 참으로 좋은
약이다”기사에서 웃음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웃음은 힘을 주고,
극복할 능력을 준다. 상호간에 대화와 마음의 통로를 열어준다. 긴장감을 완
화하여 준다. 분노를 몰아내고 공격성을 없이한다. 학습효과를 높여주고 기억
력을 증진시킨다고 했다. 미국의 심장전문의의 견해에 의하면 어른과 어린아
이의 웃음 회수를 비교한 결과 어린아이는 하루 평균 4백번 웃는데 비해 어
른은 불과 15번 웃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만일 어린아이가 어른처럼 잘
웃지 않는다면 성장도 늦을 뿐 아니라 각종 질병도 훨씬 많아질지 모른다고
했다.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세포가 활성화돼 신체의
면역력이 증진되고 산소의 섭취량을 증가, 심호흡과 같은 효과를 가져와 세포
를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더구나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윌리엄 프라이 박사는
웃음의 효과에 대해서 30년간 연구했는데 그에 의하면 하루 3분간 유쾌하게
웃는 것은 10분간 보트의 노를 젓는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
다. 또한 20초 동안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면 5분간의 에어로빅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웃음은 우리 몸 안에 강력한 엔돌핀을
만들어 내 스트레스를 없애고 두통을 가시게 하는 등 건강상 여러 가지 유익
한 작용을 한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발췌
이렇게 나에게 소중한 웃음을 주는 그녀는 내게 참 고마운 존재이다. 그
몇 분 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많은 건강과 그리고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 속에서 나에게 미소를 주는 사람, 그녀처럼 내게 미소를 주
는 이는 몇이나 될까? 그리고 나또한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미소를 줄까?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