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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신민걸]가래떡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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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1건 조회 2,544회 작성일 06-01-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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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찬 밤하늘엔 마냥 그리워 총총한 북두칠성
별처럼 맑고 높은 소리로 연거푸 재채기를 하게 만들던 고추분
쇄기
까치설이랍시고 간만에 느긋하게 쉬는 고추분쇄기 곁으로
굵은 김을 씩씩하게 뽑아 올리는 스테인레스 찜통
막 굴을 빠져나온 기차가 화통에서 기적을 길게 뽑아 올린 듯
따뜻하고 축축한 김으로 가득 찬 방앗간
줄지어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갖은 빛깔 갖은 크기의 대야, 대야, 대야
맑고 찬 물이 푸지게 담긴 뻘건 대야 속으로
큰 강아지 힘써 똥 누듯 쪽 뽑아져 나오는 말간 가래떡
쩍 벌어지는 큰 가위로 가래떡을 몽창몽창 잘라내는
삼종형의 재빠른 손목과 불끈거리는 힘줄
흐린 가계를 책임진 고단하고 단단한 팔뚝
방앗간은 몹시도 바빴다
가래떡처럼 길게 늘어서서 제 차례를 기다리는
섣달 그믐밤 내내 새파란 콧김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가래떡 : 멥쌀을 충분히 불려 소금을 넣고 빻아서 고운 체로 친 다음, 물을
뿌려가며 버무려서 찜통이나 시루에 베로 만든 보자기를 깔고 쪄내어 절구
에 찧는다. 찧은 떡을 조금씩 떼어내어 도마 위에 놓고 두 손바닥으로 굴리
듯이 하여 길게 밀어서 가래를 낸다. 내 어린 시절 큰댁 방앗간에서는 기계
를 써서 손쉽게 가래떡을 뽑았다. 적당히 굳은 가래떡을 불에 구우면 흰 떡
군데군데 검게 탄 점들이 짧은 개꿈처럼 속절없이 마구 피어나는데, 난 연
탄불에 알맞게 구워 구수한, 한참을 먹도록 길다란 가래떡이 지금 막 먹고
싶다. 꼭꼭 씹어서 꿀꺽 삼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