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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5년 [시-신민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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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64회 작성일 06-01-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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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뼘 손바닥만한 집 한 칸 새로이 분양 받아
동글동글 염주로 가득 채워 놓아요
꼭 닫아도 닫히지 않는
억지 부려 열려고 해도
녹록하지 않은 집으로
문패도 걸고 삐그덕 문도 달고
엄지를 놀려 꾹꾹 누르고 재우고 토닥여
붉지도 누르지도 푸르지도 않게 굴려
문패에 아직 이름 새기지 않고도
문마다‘어서 오세요’인사도 하는 집
들어가도 될까요
일찍이 가출해서 어지러운 몸
맑은 구슬 구슬로 꿰어놓고 눈을 감아
예가 棺이요, 冊이요
비로소 나의 詩가 될까요
댕글댕글 분주한 눈꺼풀 속에서
꾹 감아도 또렷이 보이는
눈을 떠도 보이지 않는 집
들어가면 나오지도 못할 것 같은
문지방 위에서 새로이 일어서는 집
분양가를 낮추어도 들어서기 망설여지는
엄지에 힘주어 꾹꾹 누르고 재우고 토닥여
꼭 한 뼘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常念
들어가도 될까요
가출한 지 하도 오래라 더욱 그리운
나의 집으로, 어서 오세요
단단한 염주 예 받으시고
벽도 기둥도 천장도 없는 탄탄한 집
나와 함께 늙어 가는